이제는 천륜(天倫)도 없단 말인가
이제는 천륜(天倫)도 없단 말인가
  • 엄경철 편집국장
  • 승인 2016.03.20 2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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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엄경철 편집국장

계모에 의해 살해된 경기도 평택의 원영군 사건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청주에서 친모에 의한 아동 살해사건이 터졌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자식을 학대하면서 발생했다.

청주청원경찰서는 지난 19일 안승아양을 진천의 한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로 계부 안모씨를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친모는 자신의 집에서 자살했다. 친모는 지난 2011년 12월 중순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네살배기 승아양을 화장실 욕조에 가둬 숨지게 했다.

자식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상상이 안 된다. 지난해부터 인두겁 부모들의 천륜을 저버린 행위에 온 나라가 충격에 빠졌다. 지난해 12월 인천 맨발소녀 사건, 부천 초등생 아들 시신 훼손 사건도 모두 자녀학대 사건들이다.

자식 키우는 부모라면 어린 자식이 말을 듣지 않거나 어긋난 행동을 할 때는 훈육을 한다. 가정에서 할 수 있는 밥상머리 교육이다. 이 밥상머리 교육이 지나치다 보면 폭력이 된다. 언어폭력에서 심하면 신체폭력까지 발생한다. 그러나 최근의 아동학대사건은 상상을 초월한다.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 중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 발육이 늦거나 하면 초등학교 입학 후에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다. 집에서 부모가 고쳐 보려 해도 안 되면 얼마나 짜증 나고 화가 나겠는가. 그래도 대부분의 부모는 인내하고 어린 자녀에 대해 배려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최근의 사건은 너무도 잔혹하다. 도저히 부모라고 할 수 없는 행동들이다. 부모 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다.

잔인한 아동 학대에 대해 사회책임은 없는지 묻고 싶다. 하루가 멀다 하고 드러나는 잔인한 범죄들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교육부의 전국 초·중등학교를 대상으로 한 장기 결석 및 미취학 아동 전수조사에서 드러났다. 전수조사를 하지 않았다면 이 사건들은 묻히고 말았다.

이는 아동관리 시스템이 없었다는 얘기도 된다. 인천 맨발 소녀사건이 아니었다면 전수조사는 없었을 것이고, 시스템 개선은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전수조사도 완벽하지 못하다. 5년전 살해된 승아양에 대해 소재파악이 필요한 초등학교 미취학아동 명단에서 누락된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현장에서 나름 애로사항은 있겠지만 분명히 짚고 넘어갈 일이다.

우리 사회는 세월호 사건, 충남 태안 해수욕장 사설캠프장 참사, 1999년 많은 유치원생이 숨진 경기도 씨랜드 화재 등 안전사고로부터 아이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반성이 있었다.

이제는 가정이 아이들을 지키지 못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공동주택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세상이다. 그러니 옆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를 수밖에 없다. 이웃의 무관심이 잔인한 사회로 만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우리 사회의 미래다. 그래서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고 사회 구성원의 책임도 있는 것이다. 다시는 아동들이 잔인하게 학대받고 방치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어느 청주지역 초등학교 교사가 결석한 제자의 집을 방문한 후 한 말이 있다. 학교와 사회, 가정이 모두 노력해야 아동학대, 방임, 살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정부는 취업률을 대학 평가에 주요 항목으로 설정하고 대학들은 너도나도 취업률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인문학을 없애고 있다. 인문학 파괴가 재앙으로 돌아오고 있다. 끔찍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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