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마을의 미덕조차 사라지는가
전통마을의 미덕조차 사라지는가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6.02.21 1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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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연지민 취재3팀장(부장)

부산의 달동네 감천문화마을이 최근 유료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를 두고 찬반논란이 뜨겁다. 마을 주민들은 상생 방안으로 유료화에 찬성하는 분위기이고 관광업계나 상가주인들은 수입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 속에 반대하는 분위기다.

남쪽의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문제는 SNS로 옮겨지며 논란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특히 도심재생사업 우수사례 지역인 감천문화마을이 유료화를 추진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민 세금으로 추진된 도시재생사업임을 고려하면 주민 불편사항은 지자체가 우선 해결하려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마을 유료화로 촉발돼 논란의 중심이 된 감천문화마을은 불과 7년 전만 해도 달동네에 불과했다. 1950년대 태극도 신앙촌 신도와 6·25 피난민의 집단 거주지였던 이곳은 도시개발에서 소외되면서 21세기 달동네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미로같이 이어진 골목과 가파른 산을 따라 다닥다닥 들어선 계단식 주택들은 청주 수암골처럼 부산 빈민촌을 상징하기도 했다.

청주 수암골을 마케팅할 정도로 열악했던 감촌문화마을이 조명받기 시작한 것은 2009년 젊은 예술인들이 모여들면서부터다. 도시재생사업으로 마을 미술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마을은 예술의 옷을 입게 되었고, 예술로 다시 탄생한 감천마을은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후 마을 프로젝트 사업이 지속되면서 2012년 CNN이 아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소개할 만큼 세계문화마을로 주목받고 있다.

연간 130만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찾아올 정도로 세계 명소로 급부상한 마을은 이제 휴일이면 골목마다 넘쳐나는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는다. 지난해 이 마을을 방문했을 당시 입구부터 발 디딜틈 없이 골목을 메우고 있던 젊은 청춘들의 모습은 지금도 선명하다. 성냥갑 같은 집들을 알록달록 색칠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감천마을은 유럽의 도시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었다.

벗어나고 싶었던 마을이 현대적 감각의 예술로 덧입혀지면서 ‘한국의 마추픽추’, ‘한국의 산토리니’로 불리며 독특한 풍경 관람비를 받아야 한다는 움직임까지 이는 것이다. 한때 드라마 촬영지로 주목받았던 청주 수암골이 명소의 명맥을 이어가지 못한 것에 비하면 한편으로는 유료화 논쟁이 부럽기까지 하다.

이처럼 마을을 구경하는 사람들에게 입장료를 받겠다고 주민들이 나서기까지 속사정을 보면 생활의 불편이 가장 크다. 수암골이 그랬던 것처럼 관람객들 때문에 주민 사생활이 침해되고 주변 상가들만 이익을 챙기는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현실적 괴리감을 안겨주었다. 많은 이들이 찾아오면서 관광지로의 위상은 높아졌지만 주민들 삶의 질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피해의식이 유료화에 불을 당긴 셈이다. 수익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관광업계나 상인들은 입장료 징수 때문인 수익감소에 우려를 나타내며 온도 차를 드러내고 있으니 이에 따른 다각적인 공론의 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자본논리로 접근하는 감천문화마을 유료화 논쟁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전통 미덕조차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도 내심 감출 수 없다. 농업사회로 정착된 우리 전통문화는 마을공동체 문화로 발전해왔다. 마을마다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세시풍속에서도 더불어 살아왔고 살고자 했던 선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정월대보름인 오늘, 전통마을의 미덕도 한 번쯤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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