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225>
궁보무사 <225>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2.0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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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하기 짝이 없는 계집년을 집어넣어 가지고 오너라"
2. 방서를 아는가

글 리징 이 상 훈 / 그림 김 동 일

잠시 후, 장수 외북을 따라 오근장 성주가 있는 곳으로 간 방서는 사방 여기저기에 피를 질질 흘리거나 비틀거리는 암퇘지들을 보고 크게 놀라워했다.

그것도 한 두 마리가 아니고 꽤 여러 마리가 동시에 저런 꼴을 하고 있으니 이를 본 방서로서는 아무래도 의아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쉿! 조용히! 아까 내가 얘기해 줬지만, 우리 성주님께서 아직도 분함을 참지 못해 저렇게 암퇘지에게 대신 화풀이를 하시는 중이니."

함께 따라간 원평무사가 방서에게 나직한 목소리로 말해주었다.

"그래도 그렇지, 아무런 죄도 없는 암퇘지들을. 저러다가 혹시 팔결성 내에 있는 암퇘지들의 씨가 완전히 마르는 건 아닐까"

방서는 몹시 못마땅한 듯 이맛살을 살짝 찌푸리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러나 이들이 오근장 성주 앞으로 가기 전에 그 앞을 딱 가로막는 자가 있었다.

바로 성주 호위를 맡고 있는 삼외무사 외평 외남 외하 가운데 외남 무사였다.

"성주님께서 부탁하신 일을 거행할 자이다. 어서 속히 모시어라."

장수 외북이 자기 사촌 동생인 외남에게 점잖게 말했다.

"아니, 형님께서 혹시 잘못 아시고 데려오신 건 아닙니까"

외남은 몹시 떨떠름한 표정으로 키가 작은 방서를 살짝 내려다보며 장수 외북에게 물었다.

"어허! 생긴 건 이래도 무술 실력만큼은 제법 쓸만하다니까."

"에이, 형님도 참! 척 보면 알지, 이렇게 비리비리해 보이는 놈이 어떻게 삼엄한 한벌성 경계망을 뚫고 들어가 그런 무지무지하게 어려운 일을 해낼 수 있겠습니까요"

어느새 이들 앞으로 다가온 외하 무사도 빈정거리는 어투로 말했다.

"너희들이 이 친구 실력을 아직 보지 못해서 그런다. 어서 성주님 앞으로 안내하라."

장수 외북이 점잖게 다시 말했다.

"글쎄요. 이거 자칫 하다가는 외북 형님께서 크게 망신을 당하실 수도 있는데."

외평무사가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고래를 가로 내저으며 말했다.

방서는 자기를 은근히 노골적으로 깔보는 이 두 무사의 말에 은근히 부하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나중을 생각하여 방서는 꾹꾹 눌러 참았다.

"자네가 방서라는 자인가"

어느 틈에 키가 큰 오근장 성주가 그들 앞으로 바짝 다가와서 이렇게 물었다.

방금 전에 암퇘지의 그것을 손가락으로 찢어내고 수건으로 채 닦지 않았는지 지금 오근장의 손에는 아직도 시뻘건 핏물이 묻어있었다.

"그, 그렇습니다."

방서가 오근장 성주에게 정중히 머리를 숙여 인사를 올렸다.

"자네가 아주 대단하다고 들었다. 그것이 제발 헛소문 아니기를 바란다. 자, 받아라!"

오근장 성주는 다른 한 손에 들고 있던 것을 방서에게 휙 던져주었다. 방서가 얼떨결에 받아가지고 그것을 펼쳐보니 뜻밖에도 단단한 쇠가죽으로 짜서 만든 커다란 자루였다.

"여러말 할 것 없다. 너는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한벌성으로 들어가 그 발칙하기 짝이 없는 조그만 계집년을 그 자루 안에 쏙 집어넣어 가지고 내게 갖고 오너라. 네가 만약 그 계집년을 산채로 내게 데려오기만 한다면 나는 상급으로 그 자루 안에 금은보옥을 가득 채워서 주겠노라."

오근장 성주가 냉정 침착함을 잃어버린 듯 숨소리를 씩씩거리며 말했다.

"성주님께서는 상급으로 그것 외에 꽃 같은 미녀들도 하사해 주신다고 제가 들었는뎁쇼."

방서가 두 눈을 멀뚱 멀뚱거리며 오근장 성주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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