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더는 지체하면 안 된다
신한은행, 더는 지체하면 안 된다
  • 안태희 기자
  • 승인 2016.02.17 1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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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안태희 부국장(취재2팀장)

신한은행이 진천에 연수원을 지을 모양이다. 그런데 투자협약을 체결한 지 5년 만에 건축을 가시화하면서도 지역업체 참여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어 지역건설업체들의 속앓이가 심해지고 있다.

신한은행에 대한 지역여론도 점점 나빠지고 있다. 그런데도 신한은행은 청주에 있는 2개의 점포를 축소했고, 충청북도의 제2금고도 운영하면서 이익극대화에 몰입하고 있다.

신한은행측 입장은 이렇다. 실시설계를 해야 하고, 정확한 건립계획이 확정된 이후에야 지역업체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으니, 지역에서 너무 앞서가지 말라는 투다.

일견 그럴듯한 말이다. 민간기업의 건축행위에 대해 지역에서 너무 압박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뉘앙스가 섞이면 신한은행이 오히려 피해자가 되는 모양새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간과한 게 있다. 지난 2011년 9월 16일 당시 서진원 신한은행장이 이시종 충북도지사, 유영훈 진천군수와 웃으면서 찍은 사진 속 투자협약서를 보자.

신한은행과 충북도는 투자협약서에 ‘신한은행은 연수원 건축 시 지역건설업체 참여, 지역생산 자재·장비의 구매·사용을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라는 내용을 담았다.

이 협약내용대로라면 신한은행은 올해 누가 뭐라고 하기 전에 먼저 지역업체 참여방침을 공식화해야 마땅하다.

자신들이 약속해놓은 것을 지키면 되는 것이다.

신한은행이 지역업체 참여를 보장하겠다는 것을 이미 5년 전에 약속해놓고, 이제 와서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고 말하는 것은 말 바꾸기 수준을 넘는 것이다.

아예 대놓고 협약당사자인 충북도지사와 진천군수, 즉 충북도민과 진천군민을 우롱하는 것 밖에 안된다.

한 가지 더 알아둬야 할 게 있다. NH농협은 지난해 충북지역본부 건물을 신축하면서 지역업체 참여의무가 없는데도, 지역민들의 요구에 따라 30% 참여를 보장했다. 농협이 신한은행처럼 투자협약을 체결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충북도의 태도도 참으로 어정쩡하다. 지역건설업계에서 이시종 도지사까지 면담하면서 신한은행 진천연수원 건축에 참여하게 해달라고 수차례 건의했다는데, 지금까지 제 역할을 다했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충북도는 지난 2014년에 충북도 금고를 선정할 때 신한은행에 제2금고를 안겨줬다.

상황이 이 정도라면 충북도가 신한은행이 충북도민 알기를 우습게 여길 수밖에 없는 조건을 만들어준 게 아니냐는 비난을 살 수 있다.

도가 나설 때 나서지 못하면 지역 건설업계가 나서서 신한카드 소각운동, 충북도 금고 해지, 신한은행 계좌 해지 운동 등 이미 공언한 것을 진행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때문에 이참에 충북도도 신한은행에 확실하게 요구해야 한다. 협약서 내용대로 하라고 말이다.

충북은행이 인수합병되면서 우여곡절 끝에 신한은행이 충북은행 본점건물의 주인이 됐지만, 지역의 정신까지 합병해버린 것은 아니다.

신한은행은 더는 지체해서는 안 된다.

지역업체 참여를 빠른 시일 내에 공개적으로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최소한의 기업윤리를 지키는 것임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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