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포 이사 안 오는 이유
내포 이사 안 오는 이유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6.02.16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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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조한필 부국장(내포)

지난 12일 대구의 경북도청이 안동·예천에 걸쳐진 신청사로 이사를 시작했고 도청 업무는 22일부터 개시된다. 김관용 경북지사는 “도청이전은 경상도 700년 역사에 큰 획을 긋는 대업”이라며 “기존 구미~대구~포항이라는 3륜구동 엔진에 안동을 보태 4륜구동의 새로운 발전 축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북위 36도, 같은 위도에 있는 세종시와 동서발전 축을 형성해 2027년 인구 10만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했다.

3년 전 대전에 있던 충남도청이 홍성·예산의 내포신도시로 이사하던 때가 떠오른다. 당시 충남의 신성장 동력 창출 및 균형발전 거점도시를 목표로 설정했다. 구체적으로 주변지역과 연계되는 통합연결도시, 첨단산업 중심 지역혁신도시, 친환경도시, 차별화된 교육·문화환경의 지식기반도시를 제시했다. 신도시 완성 시점인 2020년도 인구 목표는 10만명이다.

이후 내포신도시는 여러 방면에서 원래 계획이 엇나가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우선, 인구 증가율이 더디다. 이제 1만명을 넘어섰다. 외지 인구 유입 성적이 초라하다. 신도시 인구 72%인 7600명이 충남에서 옮겨온 사람이다. 이중 4320명은 내포신도시가 속한 홍성·예산에서 잠자리만 이동했다. ‘아랫돌 빼다 윗돌 괴기’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혹자는 공무원 1650명의 충남도청이 옮겨왔는데 왜 대전 전입이 많지 않느냐고 말할지 모른다. 대전에서 충남교육청, 충남경찰청도 함께 왔는데…. 어이가 없을 수 있다.

정말 어이없는 일일까. 10~30년 대전서 생활한 사람이 수십㎞ 떨어진 곳으로 이사 오기가 그렇게 쉬울까. 아이들은 대전에서 나고 자라 그곳을 떠나기 싫어한다. 대전에서 오랫동안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아온 배우자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사람을 혹하게 하는 메리트가 신도시에 있나? “바다가 가깝고 가야산, 덕산온천도 있다.” 대전에도 명산(계룡산)이 있고 온천(유성)은 있다.

신도시엔 종합병원이 들어설 기약이 아직 없다. 그 흔한 대형마트도 무소식이다. 백화정멀티플렉스 영화관은 언감생심이다. 주유소도 없어 밖에서 기름 넣고 신도시로 들어와야 한다. 어이가 없는 건 신도시 근무자와 주민들이다.

이런 상황이니 대전 등지서 출퇴근하는 공무원(240명)이 많다는 게 전혀 놀랍지 않다. 출퇴근 버스 5대를 운행하느라 연 4억3000만원 예산이 들어간다는 사실이 어이없지 않다.

도청 이전 초기엔 출퇴근 인원이 700~800명이나 됐다. 그나마 줄은 건 피로감을 더 이상 못 견딘 공무원들이 원룸을 얻어 출퇴근 대열에서 낙오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월세·식비 등을 가외 지출하면서 두집 살림을 감수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신도시에 기관과 아파트만 있어 삭막한 느낌이 든다”, “역사·문화를 입히는 등 디테일을 고민해야 한다” 등 ‘배부른 소리’가 나왔다. 안희정 도지사는 연말 기자회견에서 “신도시 발전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신도시가 어떻게 기존 홍성·예산군 및 인접 아산권역 등의 광역망 체계와 조화롭게 발전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여유를 보였다. 지금 안 지사는 큰 정치를 꿈꾸며 총선에 나서는 측근들의 선거사무실 개소식 챙기느라 바쁘다.

경북도청 신도시는 어떨까. 도서관은 이미 짓고 있고, 안동병원이 1단계로 응급의료센터와 외상센터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첫 삽을 뜰 때까지는 경북도 안심할 순 없다. 그렇지만 신도시건설을 지휘하는 본부장을 수시로 바꾸는 충남보단 형편이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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