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봄
북한의 봄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6.02.15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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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국제사회를 향한 도발을 멈추지 않고 있는 북한을 강력하게 압박하는 수단은 뭘까.

유엔 안보리가 결의안을 채택하고 곧 제재 수단을 강구 중이라고 하지만 역시 키(Key)는 중국이 갖고 있다.

지난 주말 북핵 문제를 주제로 열린 한 TV 시사토론 프로그램에서 한 패널이 일련의 수단으로 송유관 차단 방법이 아주 강력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접경지역인 중국 단동에서 신의주로 연결되는 송유관을 중국이 차단하면 북한 경제는 사실상 전면 마비된다. 실현 불가능한 가설이지만 꽤나 그럴 듯해 보인다.

실제 그렇게 송유관을 차단할 경우 북한은 체제 존립을 장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될 것임이 자명하다.

북한에서 중국의 존재 가치는 우방을 떠나 맹방, 한술 더 떠 생사 여탈권을 쥐고 있는 ‘상국(上國)’이나 다름없다.

북한의 대중국 무역 의존도는 무려 90%에 달한다. 한국경제원에 따르면 북한의 2014년 총 무역액 68억6000만달러 가운데 90.1%가 대중국 무역에서 발생했다. 중국의 협조가 없으면 먹고 살지 못하는 국가라는 뜻이다.

북한의 중국 의존도는 심각하게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09년 북한 무역의 중국 비중은 78.5%였지만 2010년에는 83.0%, 2011년에는 88.6%까지 높아졌다. 2013년에는 88.3%를 기록했다.

대중국 무역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6자 회담을 무산시키고 국제사회와의 핵 폐기 약속을 헌신짝처럼 저버리면서 갈수록 해외 교역활동이 어려워지고 있다.

세계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화폐를 사용하는 전 세계 국가 수는 229개국이다.

이중 북한과 교역을 하고 있는 나라는 10여개국(연간 100만 달러 이상 기준)에 불과하다.

우리나라가 세계 224개국과 교역을 하고 있는 것에 비교하면 터무니없는 수준이다. 10여년전엔 그나마 연간 10억원대 규모라도 수출을 했던 일본은 아예 수출국 명단에서 빠져버렸다. 인도, 싱가포르, 태국,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도 점차 북한과의 교역 규모가 줄고 있는 상황이다.

얼마전 이란이 국제 사회에 화려하게 컴백했다. 2006년 핵 보유 선언으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은 지 무려 10년만의 외출이다.

이란 로하니 대통령은 지난달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 유럽의 두 나라를 국빈 방문해 무려 55조원 규모의 교역을 성사시키며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핵 무장 포기 약속 이행에 국제사회가 이란의 국외 동결 자산(28억달러)을 풀어주고 각종 경제 제재를 철회한 데 따른 것이다.

이란은 벌써 봄이 한창이다. 10여 년 동안 팔지 못했던 원유 자산의 수출 길이 뚫리고 세계 각국에서 해외 투자자들이 밀려들어오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도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세일즈 외교를 앞두고 있다.

핵 무장을 포기한 대가로 중동의 경제 패권을 사우디아라비아와 나눠갖는 엄청난 실익을 챙기게 된 것이다.

이제 국제사회의 남은 문제는 북한 뿐이다. 쿠바마저 지난해 미국과 수교를 한 상황에서 북한만이 마지막으로 남아 변화를 거부하고 있다. 북한의 봄은 과연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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