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덕목
정치인의 덕목
  • 임성재<칼럼니스트>
  • 승인 2016.01.19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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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임성재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너도나도 출마의 뜻을 품고 선거판에 뛰어들고 있다.

오래전부터 준비를 해온 사람도 있고 급하게 뛰어드는 사람도 보인다. 이들은 하나같이 주민을 위해, 국민을 위해 이 한 몸바쳐서 봉사하겠다며 약속이나 한 듯이 주민들에게 허리 굽혀 인사하고 손을 잡으며 자신을 알리기 위해 분망하다.

그런데 그들이 말하는 주민을 위한 봉사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4년간 누구도 손댈 수 없는 수많은 특권을 누리는 국회의원 자리가 봉사하는 자리라고 생각하는 것이라면 가당치 않은 말이다. 정치를 하려면 얼굴이 두꺼워야 한다지만 이 정도는 너무 심하다. 차라리 솔직한 것이 낫다. ‘가문의 영광이옵고, 내 사업의 굳건한 방패막이며 꿈꿔온 입신양명의 자리이오니 한 번 시켜주시면 그 대가로 이런저런 일들을 꼭 해내겠습니다.’라고 말이다. 정치인의 덕목을 말할 때 정치인이나 유권자나 첫 번째로 정직함, 솔직함을 꼽는다. 누구나 그렇게 말은 하는데 그런 정치인을 찾는 것은 사막에서 바늘 찾기만큼이나 어렵다.

두 번째는 주민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은 모두 주민을 가족같이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정작 주민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청주시청 정문 앞에 시노인병원에서 해고된 50여명의 여성노동자들이 250일이 넘도록 천막을 치고 단식과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청주 바닥을 누비고 다니는 사람 중에 이 천막을 찾아와 그들을 진정으로 위로하고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건넨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또 노인들이 많이 모이는 경로당은 뻔질나게 찾아가 납작 엎드려도 혼자 사는 외롭고 쓸쓸한 노인들을 찾아나서 그들을 보살피는 후보자가 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보수나 진보, 여와 야를 떠나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주민을 득표의 대상으로만 여길 뿐 가족같이 사랑하겠다는 말은 그저 구호에 불과하다. 성경에 나와 있는 비유처럼 잃어버린 한 마리의 양을 찾아 나서는 목자의 마음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이다. 이것이 정치인의 마음이어야 한다. 아흔아홉 마리를 보호하기 위해 한 마리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한 마리의 양을 찾아나서는 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선진사회의 모습이고 복지일 것이다. 그런데 이 지역에 이런 정치인, 이런 정치지망생이 있는가 말이다.

세 번째는 일관됨이다. 선거철만 되면 우리나라 정치판엔 합종연횡과 헤쳐모여 바람이 거세게 분다. 심지어는 여, 야를 넘나드는 변신을 꾀하기도 한다. 정치신념만큼 확고한 것이 없을진대 한번 뜻을 세운 정치 이념을 공천과 당선이라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손바닥 뒤집듯이 바꿔버리는 풍토는 정치인의 덕목이 아니다.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굴에 들어간다’며 정치이념이 너무도 다른 보수정당과 삼당합당을 강행했던 정치인이 있었다. 정말 호랑이를 잡았는지 대통령에 당선되기는 했지만 이후 우리나라 정당들의 합종연횡과 이합집산은 말할 것도 없고 개인적인 정치 이념쯤이야 손바닥 뒤집듯 바꿔도 부끄럽지 않은 정치풍토가 되고 말았다. 선거의 유, 불리를 떠나 올곧게 자신의 정치이념을 지켜가는 정치인이 그리운 이유이다.

자공이 스승인 공자에게 물었다. “스승님, 정치란 무엇입니까?” “식량을 충분히 하고 군대를 충분히 하며 백성의 신뢰를 얻는 일이다.” “그중에 부득이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무엇입니까?” “그것은 군대이다” “또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그것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식량이다. 예로부터 사람은 누구나 죽지만 백성의 신뢰가 없으면 나라는 존립할 수 없다(民無信不立)”

공자는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백성의 신뢰라고 말한다. 그런데 신뢰라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머리를 조아린다고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큰 기업을 경영하고 고위직에 있었다고 생겨나는 것도 아니다. 오랫동안 지역민과 함께하며 그들의 기쁨과 슬픔을 나누고 그들을 위해 헌신할 때 신뢰는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서 스치듯 떠오르는 생각을 적어봤다. 꼼꼼히 따져보면 정치인이 지켜야 할 덕목은 훨씬 크고 더 많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위에 거론한 것들 중의 하나라도 부족하다고 생각이 든다면 이번엔 나서지 말 것을 권한다. 지역민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일관된 정치이념과 정직함으로 주민의 신뢰를 얻은 후에 지역을 위해 그리고 주민을 위해 일할 각오가 되어 있는 정치인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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