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희망을 이야기하자
그래도 희망을 이야기하자
  • 임성재<칼럼니스트>
  • 승인 2015.12.29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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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임성재

청주 수암골에 연탄재를 쌓아 만든 연탄 트리가 섰다. 이 연탄 트리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청주에서 제일 높은 산동네에 켜진 사랑의 연탄 트리는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을미년 양띠 해를 마무리하고 병신년 원숭이띠 해를 맞는 희망의 상징이다.

우리지역의 다사다난했던 일 가운데 하나는 청주노인전문병원 사태이다. 병원 수탁자의 갑작스런 병원 폐쇄 조치로 직장을 잃은 청주노인전문병원 해고 노동자들의 농성장에 작은 연탄 트리가 섰다.

지난 6월 병원이 폐쇄된 이후 청주시청 정문 옆 도로에 천막을 치고 농성하고 있는 해고노동자들의 희망을 이루기 위한 불빛이다. 며칠 전 청주노인전문병원의 새로운 수탁자가 정해졌다. 이제 위탁 협상과정에서 6개월째 농성장을 떠나지 못하고 추운 겨울을 거리에서 보내고 있는 여성노동자들이 전원이 복직되는 인도적인 결정이 있어야 한다.

그밖에도 청주시의 상징물(CI)을 정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불통 행정과 시의회의 불합리한 운영, 통합시청사 건립방법을 결정하기까지 소모적으로 진행됐던 논란들은 앞으로 청주시가 시정을 펴나가는데 소중한 교훈으로 삼아야 할 일들이다.

충북도의회도 이에 못지않은 난맥상을 보여 왔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충북도의회는 원구성과 의회운영에서 도민의 지탄을 받아 왔다.

특히 2016년도 충북도와 도교육청 예산심의과정에서 보여준 그들의 행태는 도민을 위해 봉사하는 도의원이 아니라 대통령과 중앙당의 명령을 수행하는 꼭두각시임을 여실히 증명해 보였다. 거기에 윤리의식마저 땅에 떨어져 도민을 부끄럽게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또 부정부패와 연관된 국회의원과 단체장들이 줄줄이 재판장에 나가는 모습은 도민을 안타깝게 했다. 결국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이 실형을 선고 받고 감옥에 가거나 그 직을 잃는 사태가 빚어지는 등 올 한해 우리지역에서는 어느 해 못지않게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국가적으로는 중동호흡기중후군(메르스) 사태로 전 국민이 공포에 빠졌고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 성완종 리스트, 유승민 축출 등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관련한 정치문제가 크게 부각되었다.

그리고 연말에 터진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탈당선언은 정치판을 뒤 흔들고 있다. 안의원의 탈당은 비주류 의원들의 탈당사태를 불러오며 제1야당의 분당을 촉발하는 신호탄이 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의원총회를 열어 당명을 ‘더불어 민주당’으로 바꾸고, 조기 선대위를 구성하는 등 탈당사태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제1야당의 분열은 피치 못할 현실이 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결국 기득권 싸움이다. 국민을 위하는 척하고, 지역민심을 거론하고 있으나 결국은 자신의 공천권을 보장받기 위한 이전투구에 다름 아니다. 야당의 분열로 보수정권의 집권이 이어질 거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야권이 통합한다고 해서 정권교체를 이루리라는 보장도 없다. 이제는 거대 여당을 이기기 위해 야당이 기계적으로 통합하기 보다는 차별화된 다양한 야권 정당들이 각자의 정강정책으로 국민을 설득해 나가는 길이 올바른 정당정치를 구현해 나가고 정권교체까지 이뤄내는 해답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지역을 비롯해 전국적으로도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말이 꼭 들어맞는 한해를 보냈다. 올해의 파고가 내년에는 우리의 삶을 격랑의 소용돌이로 몰아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희망이다. 수암골 연탄 트리가 던져주는 희망의 메시지를 붙들어야 한다. ‘단 한번이라도 누군가에게 따뜻한 적이 있었는가?’ 타고 남은 연탄재가 던지는 이 화두를 우리 모두가 실천하는 일이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지난해를 아우르고 새 해를 맞는 우리 사회의 희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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