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정기인사에 부쳐
충북도 정기인사에 부쳐
  • 김기원<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 승인 2015.12.21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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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김기원

송구영신의 시즌이다.

이맘때면 공무원들은 정기인사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심란해진다.

정년퇴직자와 명예퇴직자들은 짐을 싸고, 여타 직원들은 곧 있을 인사를 저울질 하며 설왕설래하기 때문이다. 공무원은 승진이 보람이고 존재의 가치다.

승진하면 보수와 연금이 올라가고 신분도 상승하니 당연지사다. 경쟁자는 많은데 자리는 적고, 다음에 된다는 보장도 없으니, 백과 돈과 인맥이 동원되고 심지어는 경쟁자를 음해하는 투서가 돌기도 한다. 자고로 인사는 만사다. 흥망성쇠가 인사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한동안 충북도 인사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있었다.

비서실 출신을 중용하는 측근인사라든지, 특정지역·특정학교 출신을 챙기는 지연·학연인사라는 지적이 그것이다.

우연의 일치라 믿지만 사실이라면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비서실과 특정지역 특정학교 출신이 도청 직원의 10%도 안 되는데 그런 쏠림인사를 했다면 나머지 90% 직원들이 받을 상실감과 박탈감은 심대할 것이다.

정말 그랬다면 도지사는 물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할 160만 도민 모두의 손해다.

정실·편중·편파인사는 조직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냉소주의를 만연케 해 업무의 생산성과 효율성이 떨어진다.

그 피해가 사용자인 도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아직 인사의 윤곽이 들어나지 않았는데도 설들이 난무하고 있다. 누가 승진 되고, 누가 요직을 꿰차고, 누구는 특정지역 출신이 아니라 물 먹을 거라는 말들이 호사가들의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당연히 인사권자가 인사를 하지만 인사의 과정과 결과를 보면 대부분 당사자인 자신이 하는 거와 진배없다.

프로선수가 자신의 실력과 전적으로 상품가치를 평가받듯, 공무원들도 자신의 업무성과와 역량으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평가받기 때문이다.

인사권자는 성실성과 창의성과 전문성을 갖춘 이를 발탁해 적재적소에 쓰고, 결과에 합당한 보상인사(승진 영전 좌천 등)를 하는 게 상례이다.

추진력과 돌파력과 친화력이 뛰어나면 고평가 받고, 근무를 태만히 했거나 도정에 보탬이 되지 않았다면 저평가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될 만한 사람이 승진되고 영전되었는지, 적재적소에 배치했는지, 정치적 욕심이 내재된 인사를 한 건지, 정실·특혜인사인지 대놓고 말은 하지 않지만 직원들은 알음알음 안다.

아무튼 인사권은 도지사의 고유권한이다.

법과 규정에 위반되지 않은 한 왈가왈부할 수 없고, ‘이 사람과 손발을 맞춰 일 하겠다’ 하면 아무도 태클을 걸 수 없다. 있다면 이정도면 괜찮은 인사라고 박수 칠건지, 3년만 참고 버티자며 울분을 삭일 것인지에 대한 직원들의 속내와 선택만 있을 뿐이다.

이시종 지사는 행정의 달인이자, 왼 종일 일에 파묻혀 사는 일 벌레이다.

어느덧 도지사로 재임한지 5년 6개월이 되었다. 그러므로 적어도 사무관 이상 직원들의 면면은 모두 꿰차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고정관념과 선입관이다. 엘리트들이 범하기 쉬운 페이퍼로 사람을 재단하고, 측근들로부터 입수하는 호도된 정보를 믿고 편 가르기 인사를 하면 인사가 망사가 된다.

충북은 지금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빨간 불이 켜져 있다. 국회의원 정수와 정치적 파이도, 탄력 받던 인구증가도, 전국대비 4%경제달성도, 문화예술 수준도 줄거나 답보상태에 있다. 월드컵 4강 신화를 쓴 히딩크와 같은 뛰어난 용병술과 리더십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국이다.

공무원이 신바람 나야 빨간 불을 파란 불로 바꿀 수 있고, 도세와 도력도 확장·증진시킬 수 있다. 곧 개봉될 충북도 정기인사를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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