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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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1.27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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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여자끼린데 뭐가 창피하니"
6. 가경처녀와 부용아씨

글 리징 이 상 훈 / 그림 김 동 일

"으음음."

부용아씨는 구슬 같이 예쁜 두 눈알을 부지런히 좌우로 굴려가며 벌거벗은 자기 몸과 가경처녀의 홀딱 벗은 몸을 서로 비교해 보았다. 아마도 자기 신체부분 어느 한 곳이라도 그녀의 것보다 더 나은 게 있는지를 애써 찾아내 보려고 하는 눈치 같았다.

그러나 이리저리 한참 살펴보던 부용아씨의 얼굴이 차츰차츰 어두워져갔다. 너무 차이가 나는 키나 팔, 다리 등등은 아예 비교해 볼 것조차 없다고 하겠지만, 그러나 육안(肉眼)으로 대충 봐서도 그녀의 눈과 코, 입, 그리고 손톱, 발톱의 크기도 부용아씨의 것보다 월등하게 컸다. 심지어 왕년에 애를 하나 낳아 직접 젖 먹여 키워본 경험이 있는 부용아씨의 풍만한 두 젖가슴마저도 가경처녀의 크고 듬직한 것에 비한다면 완연한 열세를 면치 못하였다.

'아니, 이 계집애가 정말로 시집 안 간 처녀 맞는 거야 왜 이렇게 모든 게 크고 튼실하다지 사내놈의 입 안에 자기 그걸 통째로 집어넣어 갓난아기처럼 쭉쭉 빨도록 시켰나 앵두 같이 작은 두 쪽마저도 왜 저렇게 크다지 나 이거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데'

가경처녀와 남촌총각 사이에 얽혀있는 기가 막힌 사연을 알 리가 없는 부용아씨는 자신의 신체 조건이 그녀에 비해 어느 것 하나 우월한 것이 없다는 걸 똑똑히 확인해 보고는 적잖이 실망하고 말았다.

'그럼 혹시.'

부용아씨는 재빨리 자기 옆머리에 살짝 가려져 있는 귀를 손가락으로 끄집어내어 가경처녀의 귀에 포개듯이 살짝 갖다 대 보았지만 그것 역시 크기 면에 있어서 열세를 면할 수 없었다.

'어머머! 그러고 보니 만만한 게 하나도 없네! 가, 가만있자, 옳지! 그럼 마지막으로!'

커다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던 부용아씨는 갑자기 좋은 생각이 난 듯 입가에 환한 미소를 머금으며 가경처녀에게 다시 말했다.

"얘! 네 두 다리 좀 자연스럽게 벌려 볼래"

"네에"

가경처녀는 부용아씨의 말에 기가 찬 듯 예쁜 두 눈을 반짝 크게 뜨며 빤히 쳐다보았다.

"내가 좀 알아볼 게 있어서 그래."

"....."

"아이, 어서 벌려봐. 같은 여자끼린데 뭐가 창피하니 자, 어서!"

가경처녀는 잠시 망설였지만 그러나 자꾸 보채는 부용아씨의 성화에 못 이겨 아까부터 잔뜩 오므리고 있던 자기 두 허벅지 사이의 공간을 원하는 만큼 쫙 벌려주었다.

'어머머! 저 검은 갈대숲마저도 신경질 나게 내 것보다도 훨씬 더 짙고 무성하잖아'

부용아씨는 몹시 언짢은 듯 인상을 찌푸렸지만, 그러나 곧바로 얼굴 표정이 환히 밝아졌다.

'그렇지 그래! 바로 이거야! 호호호. 이거야말로 내가 완벽한 승리이네!'

부용아씨는 뭔가 발견해 내고는 비로소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나 그녀의 환한 표정은 절망감으로 차차 뒤바뀌어지며 푸념 섞인 목소리가 절로 터져 나왔다.

'휴! 지금 내가 이 애보다 확실히 더 낫다고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저 골짜기 깊은 그곳의 입구 면적뿐이로구나. 하지만, 저 곳마저도 이 애가 당장 시집을 가거나 사내 맛을 제대로 아는 즉시 내 것을 추월할 것이니, 이 내 몸 중에서 저 애 것보다 나은 게 대체 뭐야'

어쨌거나 부용아씨는 이와 같은 냉혹한 현실을 깨끗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고쳐지지 않는 병이라면 참을 수밖에 없고, 되지도 않을 일이라면 처음부터 아예 포기해 버리는 것이 훨씬 더 영리하고 현명한 판단이 아니겠는가

어찌 보면 지극히 단순한 이런 진리를 그녀는 이제까지 짧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몸소 깨닫고 또 절실하게 체험해 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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