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재발견
서울의 재발견
  • 김혜리 <청주상당도서관 주무관>
  • 승인 2015.11.22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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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 김혜리

터무니 있는 도시를 탐하라. 인간 존재의 근본은 무엇일까. 실존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인간이 거주함으로써 존재한다고 하였다. 땅에 거주하는 모두에게 목표가 무엇인지를 묻는다면 행복이라고 대답할 듯하다.

행복은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하는 일이 즐겁고, 내가 있는 이곳이 좋을 때 찾아온다. 더불어 내가 사는 도시의 내부적 기능. 즉 도시를 다스리는 사람, 시민, 생산하는 곳, 통치하는 곳이 제 역할을 할 때 만족과 여유를 느낄 수 있다.

<서울의 재발견>은 도시인문학 강의를 압축하고 주제에 맞춰 새롭게 구성한 책이다. 도시인문학자들은 이 책에서 시민들이 행복해지려면 도시가 어떻게 변해야 할지를 말해준다.

강연에 참여하는 9명의 작가가 말해주는 도시의 역할 그리고 건축이 갖는 의미는 놀라울 정도로 제각각인데 서울의 모습을 표현함에는 같다.

서울의 공간구조를 다양한 형태들의 집합체라고 표현한다. 상업지구, 거주지구로 구분된 공간이 아니라 한 공간 안에 다양한 기능을 갖고 분화된 모습으로 집적되어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서울은 산과 물의 조화가 잘 이루어져 풍수 지리적으로 타고났으니 공간구조를 잘 활용하기만 한다면 원하는 삶을 유지하기에는 충분한 곳이라 여긴다.

우리의 도시는 작은 단위가 모여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서양의 인공적인 도시구조의 설계이론이 아닌 산세 연결과 물의 흐름이 존중되는 윤리적 공간이어야 한다.

여러 건축가가 칭송하고 다른 나라의 사람들이 열광하는 종묘는 건물은 고요하지만 에너지가 넘쳐난다. 아마도 북악산에서부터 흐르는 성스러운 기운 때문이 아닐까?

우리나라는 땅의 무늬가 많다. 터의 무늬가 많다는 것이다. 산세를 해치지 않을 정도로 가만히 앉히게 우리가 집을 짓는 방식이다. 길을 해치지 않고 지형에 따라 집을 지어서 작은 단위의 골목이 존재했던 것이다.

그래서 획일화와 규칙성을 추구하는 재개발은 도시변화에 큰 과실이며 터의 무늬를 흔드는 일이다. 도시의 공간구조의 미학을 알지 못하고 행해지는 재개발은 도시인문학자들에게 우려스러운 일이 되고 있다.

최근 1988년도 한 마을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서 집과 집, 골목과 골목 사이의 가족과 이웃에게 묻는 이야기는 나의 기억처럼 뭉클했다. 나에게는 없는 시간임에도 모두 마치 내 기억처럼 공감하고 느낄 수 있는 것은 공간이 가져다주는 특성일 것이다.

책을 읽으며 도시를 가치 있게 만들려고 골목 그 자체가 시간과 역사를 반영하는 공간을 살려야 한다는 로버트 파우저의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서양의 유명한 다리를 보다가 한강의 다리들을 일상적으로 보면 시시한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서양 건축물의 규모 자체에서 느껴지는 웅장함으로 걸작이라 여겼던 것이다. 이 책에서는 그런 감상이 인지적인 움직임을 촉발하여 느낄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일임을 이해시킨다.

더불어 미학이라는 것은 사랑하기 위해 노력한 다음 거기에 어떤 아름다움이 있을지 고민해서 발견하는 것임을 가르친다.

그러므로 나의 도시에도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는 여지들이 꽤 있을 것이다.

독자들은 우리 도시공간의 미학을 탐구하여 익숙해 버린 주변 터 무늬의 존재에 감동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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