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 상시화해야
이산가족 상봉 상시화해야
  • 김기원 <편집위원·문화비평가>
  • 승인 2015.10.2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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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김기원

두 차례의 이산가족 상봉이 어제 끝났다.

65년 만에 만남이 성사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는 눈물과 탄식의 바다가 되었고, 이를 TV로 지켜본 국민들도 민족 최대의 비련에 눈시울을 적셨다.

드라마였다. 이 기막힌 각본 없는 드라마가 북쪽 땅 금강산에서 펼쳐졌다.

주인공은 6·25전쟁때 헤어져 65년간을 생사조차 모른 채 살았던, 그리하여 꿈에서라도 꼭 한 번 만나고 싶어 했던 남편과 아내였고, 부모와 자식들이었다,

첫날은 기적 같은 만남에 너무나 기뻐서 울었고, 둘째 날은 지난 세월의 회한에 또 울고, 삼일째 되는 날은 기약 없는 예고된 작별에 슬퍼서 울었다.

그들은 비록 밤새워 이야기꽃을 피우진 못했지만 2박3일간의 단체상봉과 개별상봉을 통해 가슴에 맺혔던 한을 푼 행운아들이었다.

현재 등록된 남쪽 이산가족만 13만명에 북쪽 이산가족을 합치면 20만명도 넘는 이산가족이 상봉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데 이번 두 차례 상봉에 고작 400여 가족이 소원을 이뤘을 뿐이다.

매번 신청해도 탈락의 고배를 마신 수만명의 이산가족들은 이들의 상봉을 지켜보며 상봉할 그 날을 위해 언제 꺼질지도 모르는 촛불 같은 목숨을 힘겹게 지탱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미 수많은 이산가족들이 혈육의 생사도 모른 채 한을 안고 이승을 떠났다.

6·25전쟁이 터진지도 어느덧 65년이 흘러 헤어진 남편과 아내와 아버지 어머니들은 100세를 바라보는 고령이 되었고 그들 대부분이 노환과 병마에 시달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헤어진 아들딸들도 65세를 넘어 70대 할아버지로 치닫고 있으니 이제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그러므로 남북의 위정자들은 죽기 전에 꼭 한 번만이라도 만나게 해달라는 이산가족들의 피맺힌 절규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남북 간 자유왕래는 못할지언정 이산가족 상봉의 길만은 환하게 터주어야 한다.

그들에게 죄가 있다면 남북으로 흩어져 산 죄 뿐이고 지구상에 하나밖에 없는 분단국가 국민이라는 죄 밖에 없다.

지난 역대 정권들이 적십자회담 등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을 간헐적으로 해왔으나 남과 북이 대립하고 갈등하면 중단되는 악순환을 되풀이 했다. 그것도 양 정권이 이산가족들에게 마치 큰 은전을 베푸는 것 마냥 생색을 내며 정권홍보나 치적쌓기용으로 이벤트화 했다.

이젠 그러면 안 된다.

남북이 군사적 대결과 체제유지를 위해 별별 수단을 다 쓴다하더라도 이산가족 문제만큼은 인도적 차원에서 진정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먼저 생사확인부터 하고 서신왕래나 화상통화의 길을 터 주어야 한다. 물론 체제유지에 골몰하는 북한은 껄끄러운 게 많을 것이다. 잘 사는 남쪽 사람들과 접촉하는 자체가 위협요인이 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번에도 북측 이산가족 중 일부가 훈장더미를 자랑스럽게 보여주며 김정은 수령 덕에 잘 살고 있다든지, 미리 연습을 해 온 듯 외세를 몰아내고 우리끼리 자주통일하자는 돌출발언이 있었다.

한심하기 그지없지만 이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산가족의 상봉 횟수와 상봉 인원을 대폭 늘리는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함께 숙식도 하며 보다 자유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상봉해야 옳지만 북측이 수용하기 어려운 만큼 우선 모두가 상봉할 수 있도록 상시화 해야 한다.

박근혜정부들어 두 번째인 이번 상봉에서 북측이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실낱같은 희망을 갖게 한다.

이 불씨를 잘 살려 남은 이산가족들이 한을 풀 수 있도록 상봉정례화와 상봉확대를 실현해 주기를 정부에 촉구한다.

혈육의 상봉은 체제나 이념을 뛰어넘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다. 만나게 해야 한다. 죽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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