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거래는 돌다리도 두들겨 본다는 생각으로
돈 거래는 돌다리도 두들겨 본다는 생각으로
  • 김명숙<청원署 수사과 경제팀 경사>
  • 승인 2015.10.06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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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경찰서 수사과 경제팀에는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

‘대출을 해주겠다’, ‘신용등급을 올려주겠다’는 말에 속아 타인에게 통장 또는 체크카드를 넘겨줬다가 경찰서에 불려 나온 사람, ‘투자하면 몇 배를 불려주겠다’는 말이나 ‘며칠 있다가 꼭 갚을게.’라는 지인의 말을 믿고 자신의 소중한 재산을 빌려줬다가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 사람들까지 그 사연도 각양각색이다.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그 피해자가 평소에 돈이 아까워 자신에게는 쓰지 못했던 돈을 타인을 믿고 빌려주거나 투자한 서민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또 형사적으로 상대방이 처벌을 받더라도 돈을 원상복구하려면 민사절차를 별도로 거쳐야 하는 데다가 상대방이 이미 돈 갚을 능력이 없어 돌려받을 길이 막막한 경우가 대다수다.

이런 안타까운 사연들을 조사하면서 늘 드는 생각은 세상에 공짜는 없고,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누군가에 돈을 빌려주거나 투자했다가 재산상 피해를 보는 재산범죄의 상대방은 대부분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인 경우다.

평소의 신뢰가 기본이 돼 투자됐건 딱한 처지가 걱정됐건 간에 자신의 금쪽같은 돈을 내줬다가 돌려받지 못해 경찰서에서 서로 비난하며 마주앉게 된다. 돈을 준 처지에서 보면 결국 사람도 잃고 재산도 잃는 이중고를 겪는 꼴이다.

돈을 불려주겠다던 달콤한 약속은 사라지고, 돈을 잃은 슬픔에 가슴에 화병이 나고, 평소에 내가 알던 착하고 신뢰하던 사람은 어느새 다른 사람이 돼 있는 체험을 하게 됐을 때 피해자들은 ‘그때 내가 왜 그랬지’라며 가슴을 치고 후회를 하지만 이미 때는 늦은 것이다.

조사관 입장에서 재산상 피해를 본 분들에게 이런 이중고를 겪지 않을 조언을 한다면 내 돈을 줄 때는 조금 더 비즈니스 측면에서 냉정하고 꼼꼼하게 따져봤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말이 있듯 평소의 정에 이끌리기보다는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 현실적으로 돌려받을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해봐야 한다.

그러면 ‘그 사람이 그럴 줄 몰랐다.’라는 피해자들의 아우성은 조금 더 줄어들 수 있다.

한 가지 조언하자면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인 인적사항이나 돈을 준 증빙서류를 꼼꼼히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조사를 하다 보면 차용증 등 가장 기초적인 증빙서류조차 없어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물론 좋을 때야 큰 문제가 없겠지만 비즈니스라는 생각을 하고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필요한 것이다.

이것은 형사뿐 아니라 향후 민사절차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고소·고발 건수는 이웃 일본보다 89.9배가 많다. 우리나라가 유독 고소·고발 건수가 많은 것은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나라 특유의 ‘정’ 문화 때문에 돈 차용 관계가 많은 것도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갈수록 ‘돈’이 중요한 세상이 됐다. 소중한 내 돈을 잃지 않으려면 평소에 돌다리도 두들겨 보는 지혜를 다시 한 번 상기해 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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