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마치며
추석 연휴를 마치며
  •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15.09.30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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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오늘이 10월의 첫날, 이제 수능은 정말 4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고3 학생은 물론 재수생, 그리고 그 부모까지 긴장감과 부담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런 탓인지 공부하는 큰아이가 추석 연휴 내내 병이 났다. 몸살인지 열이 오르고 기침을 하고 영 맥을 못 추는 모습과 그 지경인데도 공부하러 가방을 메고 나서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대신 아파 주면 좋으련만 부모로서 해줄 것이 없다는 생각에 더 마음이 아팠다.

조금 더 주위를 둘러보니 우리 아이뿐 아니라 이번 연휴에 아니 이즈음 병이 나는 것은 다반사인 듯하다.

큰 시험을 앞두고 느끼는 압박감 또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 게다가 한두 개의 실수가 1년 공부를 허사로 만들 수도 있다는 염려는 아이들이 감당해 내기에는 너무 큰 것은 아닌가?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한 귀인은 오로지 아이들 몫이고, 더 노력하지 못한 책임이 공부한 아이에게 돌아가기에 그들은 바라보는 우리보다 더 불안하고 더 아프다.

영국의 작가 알랭 드 보통은 그의 책 ‘불안’에서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겪는 다양한 종류의 불안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풍족해진 지금, 우리는 왜 행복하지 않는가 하는 문제를 정면으로 내민다.

어느 때보다 평등 의식이 강하고, 또 평등하려 애쓰는 지금이 우리를 더 불행하게 할 수 있다는 그의 말에 일부분 공감 가고 고개가 끄덕여진다.

동창회에 가보니 잘 나가는 동창들 모습에 나는 뭐하며 살았나 회의가 들고, 성공한 친구를 보며 상대적으로 자신을 초라하게 느낀다든가 대학을 잘 보낸 아들딸 자랑을 들으며 자기도 모르게 주눅이 든다.

똑같은 기회가 있었는데 나는 그때 무엇을 했는가 싶고, 인생이 게임이라면 리셋하고 싶다는 신문기사 제목이 딱인 순간이 온다.

보통은 모든 인간은 날 때부터 평등하며 누구나 노력에 따라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능력주의 사회의 관념, 내가 못난 것은 내가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답하는 사회가 우리의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고 말한다.

불평등이 당연했던 중세 계급 사회의 사람들은 이런 걱정 없이 주어진 삶에 순응할 수 있었기 때문에 더 행복하다는 보통의 주장이 일부 와닿는 것은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 마음속에 능력에 따라 평가받고 보상받는 차가운 사회의 단면을 통감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빅데이터를 연구하는 한 연구자가 TV프로그램에서 자신은 빅데이터를 연구한 이후 삶이 많이 바뀌었다고 고백했다.

미래의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현재, 바로 지금의 삶에 충실하려고 애쓴다는 것이다.

이 연구자는 현재, 지금의 삶의 충실한 결과가 미래인 것이지, 미래의 어떤 모습을 위해 현재, 지금의 삶을 쓴다고 하여 그 삶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빅데이터가 알려주었다고 한다.

현재, 지금의 삶! 지금의 삶을 충실하고 행복하게 살고, 그에 따라 주어지는 삶의 결과에 자족하는 것, 어쩌면 중세 시대의 농노이든, 조선시대의 양반이든, 현대를 사는 우리들이든, 행복한 자는 그 자명한 이치를 먼저 깨달은 사람이 아닐까? 이러한 사람들이 정직한 노력에 정직한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는 그 체제와 제도를 정비해 주어야 할 것이다.

아픈 몸을 이끌고 현재의 삶을 열심히 사는 우리 아이와, 또 이 땅의 입시, 취업, 또 각자의 삶의 시험 앞에 서 있는 모든 이에게 어쩌면 그가 꿈꾸는 결과는 아니더라도, 지금의 노력에 응당하는 결과를 정직하게 얻을 수 있는 사회가 오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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