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땅에서 남북경협의 곡괭이질을 하고 싶다”
“기회의 땅에서 남북경협의 곡괭이질을 하고 싶다”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15.09.24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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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고 나진·선봉지구와 파트너십 갖추고 … 경영시스템 전파 희망

남북경협은 `비즈니스' 비교우위 확보 필요 … 리스크 등 최소화해야
개성공단 전경

충북지역 경제인들에게 북한은 `기회의 땅'이 될 것인가, `정글'이 될 것인가. 저성장, 전국대비 3% 경제의 `사슬'에 묶여 있는 충북으로서는 경제적인 처지에서 볼 때 북한의 존재감은 크다. 남북경협은 경제문제뿐만 아니라 민족의 동질성 회복과 상호교류를 통한 인적자원의 교류라는 차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과연 충북지역 기업인과 경제 관계자들은 언젠가는 찾아올 활발한 남북경협 시대를 앞두고 어떤 구상과 진단을 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선진농업기술 전파 … 수확의 기쁨 누리고 파”

전병순 광복농산 대표

 

전병순 청주 광복농산 대표(56)는 북한과의 교류가 활성화되면 가장 먼저 북한땅에서 농사를 짓고 싶어하는 천상 농업인이다. 국내 굴지의 농업회사법인인 광복농산을 이끌고 있는 전 대표는 금강산 관광을 갔을 때를 먼저 떠올렸다.

“그때 봤던 북한 들녘은 황폐하고, 칙칙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통일이 되거나 경제교류가 활성화되면 북한땅에서 농사도 짓고 선진농업기술도 전파하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고 전 대표는 회상했다.

전 대표는 “경제교류가 활성화되면 우선 북한과 농업기술제휴, 기계 제휴 등을 통해 농사를 짓도록 한 뒤 수확물을 북한이 원하는 물품과 맞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요즘 들어 외국산 곡물류가 밀려들면서 수입 곡물이 판치는 현상을 북한과의 농업교류로 해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전 대표는 “지금은 곡물의 70%가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북한과 협약해서 계약재배하면 우리나라에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농산물의 발효 등을 통한 새로운 상품의 개발, 수출 등 6차산업으로서의 남북교류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크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비록 꿈이라도 통일이 된다면 제일 먼저 북한에 가서 농민하고 협력해서 수확의 기쁨을 누리고 싶다”고 말했다. 
 

 

“협동조합형 자주관리 시스템 전파하고 싶다”

김재수 우진교통 대표

 

전체구성원인 노동자의 직접민주주의를 통해 경영과 노동, 그리고 분배에 관한 모든 결정이 이루어지는 회사가 있다. 협동조합형 노동자자주관리기업인 청주 우진교통이 그 회사다.

이 회사의 김재수 대표(55)는 우진교통의 이런 경영시스템을 북한에 소개하고, 북한에서 소화할 수 있는 형식으로 운영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김 대표는 “그동안 통일이 되면 우진교통은 무엇을 할 것인가 많은 고민을 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특별한 답을 구하지는 못했다”면서 “우진교통의 회사운영 시스템을 북한에 소개하고 전파할 수 있는 것도 하나의 중요한 경제협력의 토대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지난 2005년, 노동자 1명당 500만 원을 모아 노동자자주관리기업으로 출범한 우진교통은 이제 `협동조합'으로의 체제전환을 앞두고 있으며, 많은 걱정 속에서도 최근 청주시 월오동 상당경찰서 옆에 1만여 ㎡ 부지에 차고지를 준공하는 등 튼튼하고 안정적인 회사로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모든 중요사항을 구성원 총회에서 결정하며, 구성원총회에서 대표, 자주관리위원, 노조위원장을 뽑고 경영문제, 현장문제를 막론하고 주요정책을 최종 결정한다.

김 대표는 “우진교통의 성장이 지역사회에 유익함을 주고, 또 다른 노동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이 통일세상에서도 하나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충북 - 나진·선봉지구 경제협력 전략 연구”

윤영한 충북발전硏 중국연구센터장

 

윤영한 충북발전연구원 부설 중국연구센터장(47)은 충북과 북한의 경제협력 전략에 대한 비전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윤 위원은 “북한은 충북경제의 탈출구”라면서 “제조업. 건설업, 북한과 협업을 통한 발전의 모멘텀을 만들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 위원이 북한을 탈출구로 여기는 데는 우리나라가 저성장에 멈춰 있는 상태에서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위원은 “충북의 오창·오송·청주산업단지와 북한 나진선봉지구 간의 경제협력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 “충북의 산업구조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게 반도체이고, 핵심은 IT인데 나선지구와의 협력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충북의 하드웨어와 북한의 소프트웨어를 접목한 상생의 모델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이다.

특히 바다가 없는 충북으로서는 `청주공항'이 위기탈출을 위한 중요한 거점이 될 것으로 여기고 있다.

그는 “청주공항이 북한의 각 지역과 연결하는 물류의 중심이 된다면, 충북과 북한 간 경제교류의 핵심지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청주공항의 활성화와 비전에 대한 공유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바다가 없는 충북은 청주공항을 근거지로 해서 북한 곳곳과 전략적 파트너를 삼아야 한다”면서 “통일한국 시대 청주공항의 중요성은 한층 강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확실한 비교우위 산업 중심 경협 나서라”

< 전문가 진단 > 성백웅 무역協 충북본부장

 

“북한의 인건비가 싸다고 하지만, 앞으로 북한도 국제상황에 대응할 것이기 때문에 인건비 우위로 경협을 추진하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성백웅 한국무역협회 충북본부장(53)은 남북경협시대가 온다고 하더라도 북한의 인력, 자원, 시스템, 정책을 심도있게 분석한 뒤 비교우위에 있는 산업을 중심으로 경협에 나서야 한다고 충고했다. 성 본부장은 지난 4월 충북본부장에 취임하기 직전까지 무역협회 남북교역팀장을 지내는 등 남북경협에 관한 전문가다.

성 본부장은 “북한과 경협을 할 때 과연 전략적 우위 품목이 무엇이냐가 관건”이라면서 “기후, 토지, 지하자원, 인력, 물류 등 여러 가지 요건을 봐서 경쟁력이 있을만한 것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남북경협이 활발해지면 충북뿐만 아니라 전국 각 시도에서 경쟁적으로 북한과의 경협에 나설 텐데, 충북기업들이 전략적인 우위에 있는 산업과 품목에서 협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일단 북한을 통한 중국진출에는 회의적이다. 오히려 북한에서 생산한 제품들을 한국시장에 진출시키는 게 더 전망이 밝다고 보고 있다. 특히 북한의 정책에 대해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기업과 수출입을 하든지, 북한에 직접 진출하든지, 위탁생산을 맡긴다고 할 때 북한이 국제관행에 부합하는 제도를 갖출 것인지가 성패와 직결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남북교역규모는 23억 4300만 달러(약 2조 7842억원)이며, 개성공단은 지난해 연간 생산액이 4억 6997만 달러(약 5585억원), 누적 생산액은 26억 6974만 달러에 이르렀다. 이곳에는 충북의 자화전자도 입주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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