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병원 노동자들에게 따뜻한 추석을
노인병원 노동자들에게 따뜻한 추석을
  • 임성재 기자
  • 승인 2015.09.22 1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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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임성재 <칼럼니스트·시민기자>

청주시청은 어둠에 싸였다. 시청 마당과 주변의 불은 모두 꺼져 있었다. 몇몇 사무실에서 새어나오는 가냘픈 불빛은 어둠 속에 떠있는 섬처럼 애처로웠다. 철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여러 대의 경찰버스가 어둠속에서 흉물처럼 철문을 막아서 있었다. 그 철문 앞 인도에 은박지 포장이 얇게 한 겹씩 깔렸고, 청주시 노인전문병원에서 일했던 해고 노동자 40여명이 비닐을 덮고 누웠다. 

어둠이 내리면서 옷깃으로 파고드는 찬 기운이 몸을 잔뜩 움츠리게 하였지만 그들은 그렇게 길바닥의 잠을 청해야 했다. 60을 넘긴 사람도 있고 대부분은 4~50대의 부녀자들이다. 지난 21일 밤 청주시청 정문 앞에서 벌어진 광경이다. 

청주시 노인전문병원이 폐업한지 벌써 4개월이 되어간다. 그사이에 새로운 운영자를 찾기 위한 공개모집이 두 차례 있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리고 건실한 병원운영을 위해 ‘청주시 노인전문병원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의 개정이 시급하다는 노동단체와 시민단체의 주장에 따라 조례개정 작업이 추진되었다. 그러나 청주시의 무성의한 개정안 제출로 시의회 복지교육위원회에서 부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개정된 조례에 따라 새로운 운영자가 정해지고 고용이 승계되어 병원 복귀를 원하는 해고노동자들의 간절한 염원이 해를 넘길 것 같은 불안감에 부녀 노동자들이 1박2일의 철야 노숙투쟁을 벌였던 것이다. 그러면서 끝까지 희망을 가졌던 것은 시의회 본회의에서 의장의 직권상정으로 조례개정안을 통과시켜주기를 바랬으나 그마저도 22일 열린 본회의에서 무산되고 말았다. 

그동안 청주시가 노인전문병원 문제에 접근하는 시각을 보면서 청주시가 진정으로 문제해결의 의지가 있는가하는 의문을 갖게 됐다. 노인병원 문제가 불거지자 청주시가 아예 노인병원을 없애고 싶어 한다는 말들이 떠돌았다. 그리고 문제의 원인을 강성 노동조합 때문이라고 공공연히 말하며 병원을 독립체산제로 맡겼기 때문에 경영에 깊이 간섭할 수 없다고 청주시는 항변하였다. 

시민의 세금 157억 원을 들여 병원을 지었다면 당연히 엄정한 방법으로 위탁자를 선정하고 관리해야 마땅한 책임을 청주시는 방관을 넘어 망각한 듯이 보인다. 

청주시가 엄청난 시비를 들여 노인병원을 지은 것은 노인 복지를 위한 야심찬 계획이었으며 그곳에서 고용창출도 이루고자하는 청주시의 바람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감수하고 해결하고 개선해야 하는 문제를 고스란히 시민과 노동자들의 몫으로만 돌리는 것은 청주시의 바른 행정이 아니다. 멀고 힘들더라도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하며 하나씩 해결해야 할 일이다. 그들의 요구를 당장 들어줄 수 없다면 그 나름의 사정을 솔직히 이야기 하고 설득 위로하며 이해를 구해야 하는 것은 마땅히 시가 해야 할 일이다. 

또 한 가정의 주부이고, 어머니이며, 할머니인 그들을 가정으로 돌려보내는 일도 청주시가 해야 할 일이다, 그들이 추석 명절에도 가족과 같이 하지 못하고 노천 천막에서 보내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들도 청주시장이 보살피고 돌봐 주어야하는 청주시민이기 때문이다. 거창한 개발구호를 외치고 전시성 행정을 떠벌리기보다 진정으로 시민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행정, 그런 시장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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