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공무원골프대회
골프와 공무원골프대회
  • 김기원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 승인 2015.09.07 19: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김기원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홍준표 경남지사가 공무원골프대회를 강행했다. 

경남지역 일부 사회단체는 대회장 앞에서 반대시위를 벌였고, 언론들도 경쟁하듯 대서특필해 공무원골프대회가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덕분에 골프 스포츠와 공무원 골프에 대한 사회적 성찰의 계기가 되었다. 

골프는 올림픽 경기종목에 포함된 인기 스포츠다. 이제 더 이상 돈 많은 사람들이나 권력층이 누리는 귀족스포츠가 아니다. 고비용 저효율 운동이라는 단점이 없진 않지만, 대중골프장이 즐비해 탁구나 테니스 인구에 필적할 만큼 소비자층이 많은 대중스포츠가 되었다.

골프전문 TV채널이 24시간 가동되고 있고, 노래방을 사양산업으로 만들만큼 스크린골프장이 전국 곳곳에서 성업 중이다. 

한국인들에게는 자치기와 격구를 즐긴 DNA가 있다. 한국여자프로골퍼들이 LPGA를 석권하며 맹위를 떨치는 것도, 골프산업과 골프문화가 빠른 속도로 국민생활 속에 뿌리내리는 것 모두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프가 사교용 레저운동이란 부정적인 이미지가 남아 있다. 특히 공무원 골프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아 공무원들이 마음 편히 즐기기에는 아직도 부담스럽고 조심스러운 운동임에 분명하다. 그런 사회적 인식은 골프가 타 종목 경기장보다 큰 면적과 호화로운 부대시설을 활용하고, 라운드 시간도 길고 소요 비용도 많이 드는데 기인하고, 공무원들 보수가 박봉인데 과연 부담 없이 즐길만한 운동인가에서 비롯된다. 더욱이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공무원들과 국가나 지역사회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고위공직자들이 이해당사자들로부터 접대골프 유혹에 노출되고 있어, 골프 치는 공직자를 곱게 보지 않는 국민적 정서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몰지각한 공무원들이 접대골프를 받아 전체 공무원들이 매도되기도 했고, 현충일이나 국가비상사태 시에 고위 공직자가 골프를 쳐 사회적 지탄을 받기도 했다. 

하여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골프금지령이 내렸고, 공직자 사정 때마다 골프향응에 대한 감찰과 내사가 있어왔다. 그러니 공무원들이 휴일이나 휴가 때 자기 돈 내고 골프를 쳐도 당당하게 실명을 쓰지 못하고 가명을 쓰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저간의 사정과 국민적 정서를 모를 리 없는 홍 지사가 공무원골프대회를 감행해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공무원들의 사기가 올라야 국가와 지역이 발전할 수 있다며 경상남도 공무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대회를 개최한다고 열변을 토하며, 공무원들에게 앞으로는 당당하게 실명으로 골프를 치라고 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대회도 휴일에 개최했고, 라운드 비용도 참가 공무원들이 각자 지불했으므로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수도 없다.

공무원도 국민의 일원이므로 휴일에 일반인처럼 골프를 즐길 권리가 있다. 마땅히 그런 성숙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공무원골프대회는 아니다. 왜냐하면 형편이 어렵고 하위직이어서 골프를 치지 못하는 공무원들이 골프를 치는 공무원보다 월등히 많을 뿐만 아니라, 일부 여유 있는 공무원들과 고위직 공무원들이 도지사와 함께 어울려 골프를 즐기는 시간에 쉬지 못하고 사무실에 나가 잔무를 처리하는 공무원들도 부지기수다. 

뿐만 아니라 타 종목과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 배드민턴 족구 같은 수많은 다른 생활체육도 똑같은 대회를 마련해 주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오히려 소외된 직원과 타 종목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우를 범하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홍 지사는 골프를 치는 일부 공무원들의 사기를 생각하기에 앞서 그렇지 못한 대다수 공무원들의 사기진작에 더 많은 고민과 배려를 해야 했었다. 

진정 큰 정치인이라면, 도민과 산하 공무원들을 배려하는 도지사라면 마땅히 그래야 했다. 

도지사가 선심 쓰듯 하는 공무원골프대회는 그래서 아니 올씨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