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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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1.15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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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이 가졌어
김 남 균 <민주노총충북본부 사무처장>

"에이! 내가 가진게 너무 많아. 어울리지 않게 너무 많이 가졌어". 감옥에 가 있는 우리 조직부장이 술한잔 입에 털어넣고 한 말이었다. 보증금 천만원짜리 9평 임대아파트 하나에 노트북컴퓨터 달랑 하나 가진게 전부인 그가 자신이 가진게 많아서 문제라고 한탄했다. 몇 년전에 한말인데 요즘은 그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내가 처음 노동조합 활동을 했던 사업장. 이름만 노동조합이었을 뿐, 단체협약도 임금협상도 아무것도 없었던 그런 노동조합이었다. 사람을 모으기 위해 이런 핑계 저런핑계 둘러대며 술자리를 만들고, 한밤중이건 새벽이건 가리지 않고 야간근무자에게 선전물을 돌리고 그렇게 했다. 노동조합이 갑자기 활기가 돌고, 구조조정이 있을것이라는 공포감은 사라지고 거꾸로 상당한 성과를 냈다. 반납했던 임금을 되찾고 임금인상에다, 3년 동안 받지 못했던 시간외수당, 연월차수당까지 받아냈다. 그렇게 해서 단체교섭이 마무리되고 나서 많게는 천만원까지 소급분을 받아쥐는 조합원들이 있었다. 그때, 소급분을 받은 조합원들사이에선 차를 카니발로 바꾸는게 유행이었다. 난, 그때 월급이 30만원이었다. 임단협이 끝나고 내게 그런 성과의 일부분이 하나도 떨어진게 없었지만, 그런 조합원들을 보며 희열을 느꼈다. 그냥 좋았다. '노동조합의 성과를 본 조합원들이 앞으로 더 잘하겠지! 지역의 다른 노동자들을 위해서 더 헌신하겠지'하는 기대를 했다. 그리고 시간이 7년쯤 흘렀다. 그때 그들은 잘하고 있을까! 아니다. 오히려 더 일벌레가 돼 있는지도 모른다. 청주에 아파트가 신규로 대량 공급되는 지금, 그 조합원들은 아파트를 청약하고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 더더욱 일벌레가 돼 있단다. 그 노동조합의 간부가 이런 말을 했다. '아파트를 신청하고 그 돈을 넣어야 되니, 조합원들이 파업하는게 좋겠어요. 그냥 이대로가 최고지!'

비정규직이라는 신인류가 절반을 넘어선 지금, 있을 때 조금이라도 더 벌자는 생각이 노동자들의 뇌리에 똬리를 틀었다. 비정규직을 위한 파업에 나서서 괜시리 무노동 무임금이라는 독배를 마시느니 내가사는 아파트 한평 늘리기 위해 잔업특근이 더 우선해버렸다. 하이닉스 사태만 보더라도, 전체 다는 아니겠지만, 안에 있는 정규직 노동자에겐 길거리에 있는 비정규노동자들의 행동이 내 일자리의 훼방꾼으로 비춰지리라. 노동자들이 어깨 걸고 모여서 투쟁 뒤의 걸쭉한 막걸리 한사발 들이키는 뒤풀이보다, 바퀴달린 바구니에 물건을 가득채워넣고 가족끼리 오순도순 삼겹살 한점 구워먹는게 행복이 돼버렸다. 그래서 행복한가!

정규직, 비정규직으로 갈라선 지금 정규직 노동자들의 헌신이 더욱더 절실한데, 혹시 내가 너무많이 가져서 가난한자의 불행이 보다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지킬것에만 안주하는 것은 아닌지%김남균 민주노총충북본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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