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전쟁이 일어났다면 당신은 어떠했을까요?
실제 전쟁이 일어났다면 당신은 어떠했을까요?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15.08.2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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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一筆

어쨌든 우리로서는 좋은 경험이 됐다. 한미 연합군은 전쟁을 목전에 둔 북한의 군사동향을 입체적으로 파악하는 뜻하지 않은 전리품(?)으로 향후 군전력 운용을 재정비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또 유사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번번이 여론의 코너에 몰렸던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도 나라의 일체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고 자평한다.

하지만 이번 목함지뢰 사건을 통해 누구보다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정서적, 심리적인 요동을 겪은 것은 국민들이다. 남북한이 서로 전시상태를 으름장놓으며 분위기를 최고조로 올렸던터라 국민들로선 당연히 전쟁의 개연성을 피부로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제대특명까지 받아놓은 병사들이 전역을 연기하고 예비군들이 너도나도 재입대를 공언했는가 하면, 이 참에 이판사판 한번 붙어보자는 의기들이 도처에 넘쳐났다. 비록 그것들의 100%는 다 공감하지 않더라도 그동안 이념과 진영논리에 지쳐있던 국민들에게는 분명 새로운 경험이었다. 무엇보다도 ‘잿더미 속에서의 선진국 도약’이나 ‘한강의 기적’ 등이 얘기될 때마다 늘 동반되는, 위기일 수록 강해진다는 한민족의 정체성을 조금이나마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남북대치로 야기된 며칠간의 고통은 말 그대로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많은 교훈을 남겼다.

이번 전쟁위기를 겪으면서 정작 국민들을 혼돈스럽게 한 것은 따로 있다. 서로 다른 말을 하나로 인식해야 하는 이른바 논리의 딜레마였다. 이번만큼은 ‘확실하게 응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전쟁은 절대로 안 된다’는 식의 이중적인 인식을 떨쳐버리지 못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는 전쟁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한반도의 역사적 숙명에 대한 그 당사자로서의 절규였다. 멀게는 거란, 몽고와 청나라의 외침으로, 가깝게는 서구 열강세력과 일제의 침탈로 민족적 능멸을 그렇게 당하고서도 이것이 부족했던지 동족상잔이라는 참상을 거쳐 지금까지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대한민국에 또 다시 전쟁이 일어난다는 가설을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이다.

이처럼, 한편으론 응징의 결기를 곧추세우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전쟁이 가져올 한반도의 운명을 마치 내 일처럼 여기며 온 몸으로 거부하는 와중에 언뜻언뜻 떠오르는 게 하나 있었다. 과연 이 나라 노블리스들은 그 시간에 무슨 생각을 가졌을까 하는 궁금증이다. 군대의 문턱에도 가보지 않은 사람들이 국가 리더십의 주체가 되고, 고위공직후보자에 대한 무슨 청문회만 열렸다 하면 병역기피가 필수 스펙으로 정착되고 있는 현실이기에 더 더욱 그렇다.

권력가와 재력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본인 신변에 대한 갑작스런 위협이라는 연구조사가 있다. 그들의 최고 관심사는 건강문제도 아니고 가정과 자식문제도 아니다. 예측불가능한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느닷없이 도로가 꺼져 매몰되는가 하면 이웃 일본처럼 태풍과 지진같은 천재지변을 당해 손도 못쓰고 위해를 당한다는 가상을 가장 무서워 하는 것이다. 그냥 이대로~! 더 누리며 살고싶은 것이 그들의 본심이다.

그들이 걱정하는 위험 중에서도 단연 최악은 인명의 대량 살상을 수반하는 전쟁이다. 그러기에 전쟁의 일촉즉발 위기에서 비록 서민들의 라면 사재기는 없었다지만 노블리스들이 가졌을 노심초사는 안 보고도 눈에 선하다. 광복 70주년에 딱 맞춰 벌어진 남북한의 극한대치 속에서 우리는 위안부 할머니와 독립운동가 자손들의 처절하고도 서러운 사연, 그리고 친일후손들의 대를 이은 부와 권력의 향유를 동시에 접하면서 대한민국 팔자는 왜 이리 기구한지를 몇 번이고 곱씹을 수 밖에 없었다.

광풍이 휩쓸고 간 자리는 황량하다. 여기에 새 생명을 틔우고 희망을 심는 건 인간만이 가졌다는 이성의 역할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그 광풍으로 덧난 상처를 헤집으면서 더 많은 진물을 만들려고 안달이다. 한국이 북한에 승리하고 김관진이 황병서를 호통쳤다고 떠들어대는 종편놀이에 환호하면서 말이다.

친일청산을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라면 이처럼 기회만 되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빨간 바이러스’를 들이대며 스스로를 확인하려는 그들의 DNA는 천추의 증후군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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