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금강산!
열려라, 금강산!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5.08.24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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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현대는 장사하는 단체가 아니라 국가의 발전을 위해서 분투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집단이다. 나는 자신 있게 말하는데 현대그룹의 과거 30년 동안의 성장은 우리 현대 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를 일으키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고 생각한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한 말로 현대아산 주식회사의 홈페이지에 그의 사진과 함께 소개된 ‘기업 이념’이기도 하다.

중절모를 쓰고 특유의 점퍼를 입고 찍은 그의 사진도 함께 올려져 있다. 

1998년 6월 소 1000마리를 몰고 휴전선을 뚫고 북으로 올라간 사람. 이를 TV로 지켜봤던 일이 새삼 눈에 선하다.

자본금 1196억원에 매출액 2055억원, 영업 손실 280억원. 2014년 현대아산의 연간 실적이다. 8년 전인 2007년 이 회사의 매출액은 2555억원, 영업 이익은 197억원이나 됐었다. 당시 1000명을 웃돌았던 이 회사 직원 수는 지금은 200여명으로 쪼그라들었다. 누적 손실액 1조원에다 7년째 적자 행진, 이 회사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1999년 출범한 이 회사는 오로지 남북 경협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설립됐다. 

소 떼 방북으로 북한과의 신뢰 관계를 쌓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북한과 금강산 관광 의정서를 체결하는 데 성공한 뒤 그해부터 2008년까지 모두 195만명의 관광객을 금강산으로 실어 날랐다. 

초기 투자 비용 때문에 처음엔 고전했으나 9년째인 2007년엔 매출액 2555억원, 영업이익 197억원의 실적을 거두며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이때부터 현대아산의 대북 사업은 순탄 가도에 접어들었다. 

북한이 2007년 내금강 관광과 개성 관광을 허용한 데 이어 2008년 3월에는 금강산으로의 승용차 관광마저 허용했던 것이다.

그러나 축배를 막 들려고 할 무렵, 악재가 터졌다. 바로 박왕자씨 피격 사건이다. 

2008년 7월 11일 새벽 해금강 해변 산책을 나온 박씨가 북한군 초병에게 피살되면서 금강산 관광은 전면 중단됐다. 

이후 2009년 11월의 대청해전, 2010년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으로 남북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금강산 문은 끝내 닫히고 말았다. 현대아산 역시 ‘1조원 손실 기업’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었다. 

현대아산은 여전히 금강산을 꿈꾸고 있다. 회사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열려라, 금강산!’이란 제목의 팝업창이 떠오른다. ‘(2015년) 상반기에 금강산 관광 재개 돌파구를 마련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임직원들의 애절한 다짐도 쓰여있다. 

2009~2018, 10년간 예상 관광객 수 500만명. 누적 예상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5조원에 5000억원. 금강산과 개성 관광이 지속됐더라면 현대아산이 벌어들일 수 있었던 최소 예상 수익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얼마나 손실을 봤을까. 관광객 1인당 100달러(2006년 한나라당 자료)로 추정해 보면 10년간 최소 5000억원을 벌어들일 수 있었다. 

여기에다 개성공단 투자 확대와 백두산 등 타 관광지 개발 등 남북 경협 확대로 벌어들일 수 있는 돈도 어마어마했다. 5000억원+@를 허공에 날린 셈이다. 현대아산도 딱하지만, 가뜩이나 어려운 사정에 이런 돈줄을 놓고있는 북한이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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