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공화국
커피공화국
  • 충청타임즈 기자임성재 <칼럼니스트·시민기자>
  • 승인 2015.07.21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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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임성재 <칼럼니스트·시민기자>

거리마다 소위 카페라고 부르는 커피전문점이 넘쳐난다.

중심 상권에서는 세계적인 브랜드와 국내 브랜드의 커피전문점들이 대형매장을 만들어 경쟁하고 있고, 작은 골목길마다 1인 바리스타 체제의 작은 커피 전문점들이 틈새시장을 노리며 자리 잡고 있다.

요즘의 커피전문점은 단순한 만남의 장소이거나 휴게실의 기능만 하는 곳이 아니다.

노트북을 펼치고 리포트를 작성하는 영업사원이 있는가 하면 책을 펴놓고 학교과제를 정리하는 학생도 있고, 마감시간을 앞두고 기사작성에 몰두하고 있는 기자도 눈에 띤다.

칸막이가 된 세미나 룸에서는 열띤 토론이 벌어지기도 하고, 선생과 학생이 머리를 맞대고 과외공부에 열중인 모습도 볼 수 있다.

이렇게 사무실이 되고 거실이 되고 도서관이 되기도 하는 커피전문점에는 아침부터 밤까지 손님으로 가득 찬다. 커피 맛을 즐기기 위해서인지 갈 만한 장소가 마땅히 없어서 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커피는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통계자료도 그것을 뒷받침해준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년 초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커피를 1주일에 12.3회 마시는 반면에 배추김치는 11.8회, 쌀밥은 7회를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커피가 배추김치와 쌀밥 같은 전통적인 먹을거리를 제치고 소비빈도가 가장 높게 나타난 것이다.

또 하나는 국제커피협회(ICO)의 자료다. 2008년 핀란드 사람들은 한 사람이 1년간 12.62kg의 커피를 마셔 커피소비량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국가들이 그 뒤를 이었고 우리나라는 1인당 2.88Kg을 마셔 세계 50위권에 들었다.

그런데 2011년에는 핀란드 사람들의 커피소비가 12.26Kg로 조금 줄어든 반면 우리나라는 3.38Kg으로 급증했다. 아마 커피 소비량의 증가율은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단연 1위일 것이다.

어려서부터 커피를 좋아했던 나도 우리나라 커피소비 증가율에 한 몫을 한 것 같다.

내가 커피를 처음 접한 곳은 대학시절 학교보다 더 자주, 오래 머물렀던 다방에서다.

어두컴컴한 조명과 자욱한 담배연기, 심장까지 고동치게 하는 헤비메탈 사운드와 팝과 클래식을 들으며 쓴 커피를 음미했다.

방송국에 입사해서는 편집기와 씨름하느라 자판기 커피의 빈 잔을 쌓아가며 그 카페인의 힘으로 수많은 밤을 지새웠다. 그리고 지금은 믹스커피, 자판기 커피, 핸드드립 커피를 가리지 않고 하루에 서 너 잔의 커피를 마시며 커피전문점에서 책이나 노트북을 펴놓고 몇 시간을 보낼 만큼 커피문화에 젖어 있다.

요즈음은 커피를 만나는 나이도 빨라진 듯하다. 커피전문점에서 교복을 입은 채 커피 잔을 앞에 놓고 앉아있는 학생들을 만나는 일은 낯설지 않다.

학생 중에는 음악대신 카페소음 어플을 다운받아 리시버로 들으면서 공부를 한다고 하니 얼마나 카페와 친숙하게 지내는지 짐작이 가능하다.

만남의 장소만이 아니라 공부하는 도서관으로, 글을 쓰는 장소로 때론 뜨개질을 하는 아주머니까지 만날 수 있는 커피전문점은 이제 세대를 관통하는 우리의 광장이 된 듯하다.

커피공화국이라는 별명답게 이 문화가 우리들 삶에 향기로운 기운을 불어넣어주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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