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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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1.10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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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생각
박 을 석 <전교조충북지부 정책실장>

'봄이 왔으나 봄 같지 않구나'(춘래불사춘)라는 말이 있다. 이를 약간 바꾸어서 '가을이 왔으나 가을 같지 않구나'라고 말하면, 올해 가을을 묘사하기에 적당한 말이 아닐까 싶다. 이상고온으로 무더위가 한창이더니 갑자기 첫눈이 내리고 기온이 뚝 떨어져 겨울을 방불케 하고 있다. 산에는 불그죽죽 단풍이 아직도 한창 물들어 있지만, 아무도 '천고마비의 좋은 가을 날씨'라고 말하지 않는다.

정치의 계절도 이번 가을의 모습과 비슷한 같다. 현 정부는 '민주개혁'을 부르짖고, 스스로 '참여정부'라 칭하며 지난 4년을 지나왔다. 아직도 임기가 1년 남짓 남았다. 그러나 임기말 권력누수라는 말이 회자되고 국민적 관심은 내년 대통령선거를 향해 치닫고 있다. 현 정부가 그대로 있으되 다음 정부의 모습이 더 중요하게 인식되는 때가 되었다. 계절의 고비마다 지나온 시절을 돌이켜 보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사람들이 부쩍 다가온 겨울을 느끼며 두꺼운 옷을 입고 움츠리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나도 개인적으로 현 정부가 시행해온 정책과 성과에 대한 생각이 없지 않다. 더구나 최근 일련의 행태를 보면서 참으로 절망과 분노를 느낀다.

우리 사회는 민주화가 되었다고 한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확보되었다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민주화가 무엇을 위한 민주화냐 라는 질문에 이르면 민주주의가 달성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 일하는 국민 과반수 이상이 비정규직으로 내몰리고 있고, 소득과 복지는 양극화되었다. 다른 정권 어느 때보다 시위로 인한 구속자가 늘었다. 나라의 운명을 가를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은 날마다 치솟고 국민들의 삶은 날마다 팍팍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기득권층의 발언만 각종 매체를 통해 날마다 뿌려지고 있다.

교육계도 민주와 참여는 거리가 아득한 옛일이 되었다. 교육부는 교원 절대다수가 반대하는 교원평가제 도입을 요식적 시범학교 운영, 연행하고 구속하며 고함치는 발표만으로 때운 공청회, 아니 공청회 이전에 확정 발표하고 말았다. 국립대 법인화 공청회도 경찰력과 직원을 동원하여 출입자의 가방을 열고 신분증을 검사하며 선별하여 입장시키다, 그마저도 막아버리는 폭압적 상황 속에서 개최되었다. 시·도교육청 별로 교육감이 학급의 수를 정하도록 법령이 정하고 있는데 학급총량제라는 것을 도입하여 위법적으로 학급수를 할당하였다.

민주화 이후의 국민의 삶의 질이 곤두박질치고 있다면 새로운 민주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절차는 있으되 절차의 진행이 억압적이고 독재적이라면 새로운 민주화 투쟁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정권의 정책집행이 정당성을 얻으려면 국민의 동의와 참여, 대화와 설득의 과정이 필수적이다. 배제와 억압, 일방적 강행으로 밀어붙이기만 한다면 분노와 저항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한·미 무역협정 저지, 노동관련 로드맵 저지, 교원평가 저지, 국립대 법인화 저지, 학급총량제 저지 등등 각종 저지를 내걸고 국민이, 노동자가, 교사가, 교수가, 사범대와 교대 학생이 길거리고 나서고 있다. 가을이되 차가운 바람이 휩쓰는 겨울의 거리로. 나도 그 언저리에 서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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