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화배 시인의 문학 칼럼
박화배 시인의 문학 칼럼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1.10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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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길도 가는 길 [윤선도의 문학 산실 세연정 정원]
세연정 정원은 인공미와 자연미가 어우러진 정원이다. 고산은 세연정 앞의 연못에 인공섬을 만들어 나무를 심었는데, 그 나무를 심기 위해서 제일 밑바닥을 고령토로 채워 습기의 과다로 인해서 뿌리가 썩는 것을 막았다고 한다.

그리고 윤 고산은 바위 위에 나무를 심기를 대단히 좋아했는데, 그냥 바위에는 심을 수 없고 해서 바위와 바위를 겹친 사이에 흙을 채워 넣고 그 채워진 흙을 따라 물이 오도록 하는 모세혈관 작용을 이용하여 나무를 심어 성장을 가능케 했다고 한다.

윤선도는 이렇듯 서재에 앉아 글만 읽는 선비가 아니고 철학을 위시해서 경사서 제자백가(經史書 諸子百家)에 통달하여 정치, 학문, 예술전반에 걸쳐 조예가 깊고 천문, 음양지리. 복서, 의약 등 다방면에 통달한 듯하며, 그 중에서도 시조문학에 가장 조예가 깊었다고 할 수 있겠다. 암튼 고산은 다방면에서 얻은 깊은 성찰의 이론적 결과를 이곳 보길도에서 실제적으로 투영하여 실행하였고, 그 결과 이곳 세연정 정원을 비롯한 보길도 곳곳에 철학, 풍수, 미학, 건축의 조형, 문학 등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윤선도만의 미학의 세계를 남겼다고 할 수 있다.

세연정 정원을 좀더 돌아보며 고산 윤선도의 문학적 미학적 심미안을 살펴봐야겠다. 세연정자의 앞 연못가에는 칠암이라는 기이하게 생긴 거대한 일곱 개의 바위가 있는데 그 중 하나인 사투암(射投岩)이라는 바위는 앞부분이 위로 솟아 있다.

그것은 고산이 세연정자에서 마주 보이는 산중턱의 옥소대라는 바위 위에 과녁을 설치해 놓고 활을 쏘는 연습을 할 때 발을 올려놓는 받침대 역할로 쓴 바위라고 한다. 고산 윤선도는 문인이면서도 심신의 단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심약한 문인의 표본에서 벗어나려 애를 쓴 것 같다.

연못가을 거닐다 보면 세연정 좌측 편 한곳에 혹약암 이라는 개구리 모양의 바위가 있는데 보통사람들 같으면 아마 그 모양을 보고 "개구리바위" 라든가 하는 따위의 이름을 붙였을 것이나 고산은 "그 바위가 혹시나 뛰지 않을까"라는 의미로 '혹약암'이라는 관형적인 이름을 붙였다하니 이 한 면만 보더라도 그가 얼마나 문학적인 면이 풍부했는가를 알 수가 있다. 일명 와룡암이라고도 불리우는 이 바위는 개구리가 막 뛰어나가려고 움츠리고 있는 모습처럼 보이는데, 이것은 조정에서의 부름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고산 윤선도 자신의 모습을 형상화했다는 설도 있다. 이 외에도 세연정 정원 곳곳에는 많은 얘깃거리가 있으나 그것을 다 옮겨 적는다는 것은 무리인 것 같아서 생략하기로 한다.

고산은 이 세연정에서 국문학사에 빛나는 시조 어부사시사를 지었다. 세상의 온갖 풍파와 시름을 거두고 유유자적 고기잡이를 하며 살아간다는 내용인데 강호에 묻혀 지내는 은자의 맑은 세계로 자연과 인간의 조화와 합일을 추구한 삶의 모습을 잘 나타내고 있다.

'물가에 외로운 솔 혼자어이 씩씩한고

배 매어라 배 매어라

머흔구름 원망마라 세상을 가려준다

찌그덩 찌그덩 어사와

파도소리 싫어마라 세상의 시끄런소리 막는도다. 중략…'

-어부사시사 중 '겨울노래'-

이렇듯 조선 중기의 혼탁한 정치에서 벗어나 자연의 아름다움과 여유로운 삶을 누리고자 하는 고산의 현실관이 그의 작품에 잘 반영되어 있다고 본다.

고산 윤선도의 어부사시사가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은 사대부 층에 있으면서도 한문으로 시조를 쓰는 다른 사대부와는 달리 우리말로 작품을 썼다는 것이다.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살려 미려한 필체로 자연을 찬미하는 섬세한 서정적 시조를 쓴 윤선도이지만, 현실에서 고산은 강직하고 야심이 많은 정치가였고, 그런 만큼 어려운 삶을 살기도 했다. 고산은 성균관 유생으로 있을 때 그 당시 집권세력의 죄상을 규탄하는 소를 올려 7년 간 유배되는 등 일생 동안 20여년의 유배생활과 19년의 은거생활을 하는 등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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