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놀이터
공원 놀이터
  • 이창옥 <수필가>
  • 승인 2015.06.30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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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 이창옥 <수필가>

공원 놀이터가 휑하다. 평소에는 아이들 소리로 시끌벅적하던 곳이다. 그리고 운동과 산책을 나온 사람들로 활기가 넘치던 공원이었다. 어쩌다 운동 나온 사람들도 마스크를 쓰고 나와 표정을 볼 수가 없다. 공원 앞에 터를 잡고 가게를 운영한 지 십여 년이 넘도록 요즘처럼 공원이 한산하고 썰렁했던 적은 없었다. 항상 아이들 소리로 활기가 넘치고 삼삼오오 운동 나온 사람들과 인근학교 학생들이 몰려나와 놀던 곳이었다. 

나 역시도 가게 안에서 공원을 바라보며 아이들 노는 모습에 때로는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버젓이 교복을 입고 나무 아래로 숨어들 듯 기어들어가 담배를 피우고 나오는 녀석들을 보면서 안타까워 혀를 차기도 하면서 바라보던 곳이었다. 가끔 파워 워킹을 한다며 손을 우스꽝스럽게 흔들어대는 아이 엄마들을 보면서 가게 안에서 팔을 흔들며 흉내를 내보며 웃기도 했었다. 늘 좁은 공간에 갇혀 지내야 하는 내게 공원에서 벌어지는 모습들은 활력이 되기도 때로는 위안이었다. 

그런 공원이 고요하다. 덩달아 나도 맥이 풀려버린 듯 기운이 나질 않는다. 공원이 평소와 다르게 한산한 것은 무더운 날씨 탓이기도 하지만 메르스(중동 호흡기증후군)의 여파가 아이들과 사람들의 발길을 집안에 눌러 앉힌 탓이기도 하다. 어쩌면 공원은 세상의 흐름을 가장 빠르게 보여주는 장소인 것 같다. 

문득 십여 년 전 일이 떠오른다. 치킨가게를 운영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조류인플루엔자에 직격탄을 맞았다. 방송에서는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주지 않으면 당장 세상이 어떻게 되기라도 하는 듯 시시각각 속보를 내 보내고 살아 있는 닭과 오리들을 매몰하는 끔찍한 현장을 그대로 보여 주었다. 그리고 자막으로는 충분히 익혀 먹으면 사람에게는 전혀 해가 없다고 친절한 자막을 내보냈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온전한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살아있는 생명을 포댓자루에 쑤셔 담아 땅속에 묻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닭과 오리로 조리한 음식이 먹고 싶어질지 의문이었다. 텔레비전을 볼 때마다 지옥을 구경하는 기분이었다. 닭을 손질하고 튀기는 일을 몸으로 체득하기 전에 당하는 일이었다. 그때 내가 절망하며 생각한 것은 매스컴의 지독한 양면성이었다. 돌이켜보면 처음 겪는 일이어서 혼란스럽고 가족의 생계가 달려 있는 터라 불안함에 더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안했던 그 시기에도 공원은 사람들로 북적였었다. 요즘에는 듣도 보도 못한 정체불명의 메르스가 아이들과 힘차게 팔을 휘두르던 아이 엄마들의 발길을 집안에 묶어 두었다. 하지만, 곧 다시 그들이 공원으로 돌아와 웃으며 떠들고 우스꽝스럽게 팔을 휘두르며 운동을 하게 될 거라 희망을 걸어본다.

오늘은 왠지 교복 입고 나무 뒤로 숨어들어 옹기종기 모여 담배 피우던 그 녀석들이 많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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