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과 몰상식
상식과 몰상식
  • 윤승범 <시인>
  • 승인 2015.06.09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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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현재 한국 사회를 보면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많습니다. 아기를 때려 죽인 엄마에게 ‘살해 의도가 없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거나 남의 아기를 던져 죽게 한 청소년에게 ‘정신지체라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로 무죄 방면을 하는 등의 판결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판단입니다.

어린 아이의 볼을 만졌다고 성추행범으로 구속을 하는가 하면 일단 수긍은 합니다. 그러나 골프장 캐디의 가슴을 ‘딸 같아서’ 콕콕 찔러 봤다는 어느 힘 센 정치가는 무죄로 풀려났습니다.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판결들입니다.

자본주의의 기본 이념이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의 무지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래서 상식을 벗어난 몰상식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느낌은 버릴 수 없습니다.

갖가지 핑계를 대고서 군대를 면제받은 위정자들이 ‘종북’을 나무라고 국방 안보를 떠들어 댑니다. 비단 위정자 자신만이 아니라 자신의 자식들까지도 군 면제, 세금 포탈, 위장 전입, 불법 조장을 하면서도 무전자(無錢者)들에게는 가차없는 잣대를 들이밀며 윽박지르고 있습니다. 그런 위정자들을 질타하고자 하면 뜬금없이 연예계 뉴스 하나를 던져주면서 물고 뜯으라 하며 정작 우리의 주적(主敵)이 누군지는 잊게 하는 현실의 몰상식이 더 무섭습니다.

바로 서야 할 언론은 위정자의 혀와 입술이 되어가고 있고 또는 되어 있고 이 땅의 지식인들의 입은 닫힌지 오래이고 정의를 부르짖어야 할 대학생들은 높은 생활고와 등록금 마련으로 싸구려 알바에 허덕이고 있으니 비상식적이고 몰상식적인 잘못이 바로잡히기에는 너무도 요원한 일로 보입니다.

역사를 통해 현재를 알 수 있고 현재를 보아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했습니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로마제국이 사라졌고, 적에게 잔인했던 몽고제국은 그 흔적이 없고, 화려했던 앙코르도 유적만 남았습니다. 제국의 패권을 놓치지 않을 것 같은 ‘팍스 아메리카’도 무섭게 쫓아오는 ‘메이드 인 차이나’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대로 간다면 우리 또한 필리핀이나 멕시코의 모습으로 추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절대 없습니다. 예전 IMF 때처럼 금 모으기 운동을 한다 한들 국민들이 다시금 그런 단합된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믿음도 신통치 않습니다. 못 가진 자들만을 위한 희생을 통해 가진 자들이 누리는 자리는 너무도 견고해짐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나라의 위기가 온다 한들 치이고 죽어나가는 것은 힘없는 서민일 뿐이고 위정자들은 그런 위기를 통해 더욱 더 부를 축적하고 세습을 공고히 할 것을 이제는 모두 알아버렸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침몰하는 배에서 나만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현재 위정자들의 행태가 이렇듯 몰상식한 것이겠지요.

배가 가라앉습니다. 가만히 있으라고 하면서 정작 저들은 비상 보트를 타고 배를 빠져나가 젖은 돈을 말리고 있겠지요. 그리고 가만히 있다가 죽어간 또는 죽어 갈 이 땅의 모든 우중(愚衆)-감히 우중이라 칭하겠습니다-의 가련한 삶이 애처롭고 슬플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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