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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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금철 <수필가>
  • 승인 2015.04.27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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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신금철 <수필가>

분홍빛 안개처럼 꽃무리를 이루던 벚꽃의 행렬은 내년을 약속하며 봄을 떠났다. 눈을 매혹시키는 홍매화의 요염함도, 코끝을 유혹하는 꽃향기도 영원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며 아쉬운 작별로 그들을 보낸다.

다가올 5월은 가정의 달이다. 

5월은 꽃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은은한 수향을 내뿜는 싱그러운 푸르름이 있고 가족 간에 정을 나누는 ‘가정의 달’이 있어 기대되는 달이다. 

올해엔 특별히 한국관광공사에서 관광주간(5월 1∼14일)을 설정해 가족과 함께 알찬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다수의 직장과 학교에서 휴가와 방학으로 가족들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삶이 바쁘고 각박해 한집에 살면서도 얼굴 보기 힘들고 밥상머리에 온 식구가 둘러앉아 함께 식사할 시간조차 없는 현대사회의 가족을 위해 5월을 관광 주간의 달로 정한 것은 좋은 계획이라 여겨진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청소년 자살이 급증해 가정 뿐 아니라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청소년의 자살이 급증하는 것은 대부분 부모의 바쁜 사회생활로 자녀와 함께 하는 시간이 적어 대화가 부족,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불안하기 때문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족 간의 대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번 관광 주간에는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마련해 그동안 서운했던 이야기, 부탁하고 싶은 이야기, 힘들었던 이야기 등 가슴에 묻었던 응어리들을 풀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가족 간의 사랑을 돈독하게 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쁘거나 슬플 때 가장 먼저 가족을 생각한다. 가족의 기쁨은 나의 기쁨이고 나 역시 기쁨은 가족과 함께 하려 한다. 그러나 어느 통계에 의하면 가장 상처를 많이 주고 힘들게 하는 사람은 부모이며 다음으로 형제자매를 꼽았다. 

요즘 가족 간에 벌어지는 놀랍고 슬픈 사건들은 우리를 충격에 빠뜨렸다.

지난 2월 4명의 사망자를 낸 경기도 화성의 총기 난사 사건은 동생이 형님한테 생활비와 용돈을 요구하다 거절당하자 저지른 사고였고, 전 남편과 현 남편을 농약으로 살해하고 보험금을 탄 것도 모자라 분신인 딸까지 범행대상으로 삼다가 덜미를 잡힌 비정한 여인 역시 가족보다 돈을 더 귀히 여겨 일어난 기막힌 사고였다.

아무리 살기 힘들고 황금만능시대라지만 가족의 목숨을 이용해 보험금을 타낸 그 여인에게 가족의 의미는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 아마도 그는 달콤하고 화려한 어리석었던 행복을 뒤늦게 후회하며 돈보다 귀한 가족을 그리워하리라.

가정과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화목한 가정으로 건강한 사회를 만들자는 데 의미를 두고 있는 가정의 달 5월은 사고로 얼룩진 잔인한 4월의 기억을 씻어내고 기쁨의 달이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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