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할미꽃,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동강할미꽃,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 우래제 교사 <청주 원봉중학교>
  • 승인 2015.04.15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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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우래제 교사 <청주 원봉중학교>

자주 다니는 나들이지만 동강할미꽃을 보러가기로 한 전날 밤. 그 어느 때보다 설레고 여러 가지 생각들이 잠 못 이루게 하였다. 영월 동강댐 건설 계획으로 수몰 위기에서 구해냈던 꽃이기에 더했는지도 모른다. 

동강할미꽃은 왜 동강의 절벽에서 살고 있을까? 동강할미꽃은 보통의 할미꽃과 무엇이 다를까?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하던 예전엔 파리가 많았다. 각종 질병을 옮기는 파리를 없애기 위해 할미꽃 뿌리를 캐서 찧어 화장실에 넣었다. 할미꽃의 독성을 이용해 파리 유충인 구더기를 없애기 위한 것이었다. 그렇게 흔하던 것이 할미꽃이었는데 요즘은 보기가 쉽지 않다. 

보통의 할미꽃은 묘지 주변에 잘 자란다. 우리나라에서는 묘지를 쓸 때 석회를 섞어 쓰는 경우가 많은데 할미꽃은 알카리성 토양을 좋아하는 호석회성 식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전에 우리나라에는 노랑할미꽃 등 많은 종이 자생하였는데 토양이 점차 산성화되면서 할미꽃이 줄어들게 된 것이다. 동강할미꽃이 절벽에 사는 이유도 그 지역이 석회암지대이기 때문이다. 동강할미꽃 주변에는 많은 회양목이 자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회양목도 이름대로 회(석회)를 좋아하는 식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동강할미꽃은 보통 할미꽃하고 무엇이 다를까?

보통의 할미꽃은 꽃이 구부러져 있다. 그러나 동강할미꽃은 구부러진 것도 있지만 허리를 꼿꼿하게 핀 것이 많다. 할미꽃은 꽃잎이 없고 꽃받침이 꽃잎처럼 보인다. 보통의 할미꽃은 꽃받침이 검붉은색인데 동강할미꽃은 검붉은색, 진한 자색, 홍자색, 자색, 청보라색, 연분홍색, 흰색에 가까운 것까지 아주 다양하다. 그리고 꽃받침이 보통의 할미꽃보다 길고, 때로는 뒤로 말린 것도 있으며 암술 수술의 수가 적은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모든 것을 보면 동강할미꽃은 강원도 동강 주변의 특이한 환경이 만들어낸 우리 고유의 종으로 아직도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발과 자연보호는 양립하기 어려운 일이다. 사람들이 편리함을 버리고 자연을 선택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우리 곁을 영원히 떠날 뻔 했던 동강할미꽃이 더 아름답게 보인다. 

우리의 무관심으로 사라져가는 우리 것이 없는지 다시 한번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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