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 핀 작은 꽃이 주는 큰 변화
길가에 핀 작은 꽃이 주는 큰 변화
  • 박노설 <청주시 공원조성과장> 
  • 승인 2015.04.14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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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박노설 <청주시 공원조성과장> 

늘 봐오던 장소에 어느날 못 보던 작은 화단이 생겼다면 아마도 그곳은 게릴라 가드너에게 습격당한 곳 일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게릴라’라는 용어는 ‘작은 전쟁’을 뜻하는 스페인말로 ‘일정한 진지 없이 불규칙적으로 벌이는 유격전’이란 뜻이다. ‘가드닝’은 꽃과 식물들로 정원을 꾸미는 걸 말한다. 그렇다면 게릴라와 가드닝이 합쳐진다면 과연 무슨 뜻일까.

‘게릴라 가드닝’은 누구도 돌보지 않는 땅에 남몰래 식물을 심거나 그 장소를 아름답게 하는 활동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용어의 생소함만큼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보편화되지 않았지만 ‘총대신 꽃을 들고 싸운다’는 모토로 환경파괴가 심화되는 요즘 유럽을 중심으로 30여개국 7만여명이 참여하고 있는 전 세계적 환경운동이다.

게릴라 가드닝은 1973년 리즈 크리스티와 그의 친구들이 ‘그린게릴라’라는 이름으로 쓰레기로 가득했던 뉴욕의 한 공터를 꽃밭으로 바꾸는 활동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불법 침입이라는 이유로 땅주인은 이들에게 소송을 걸게 되었고 이에 그들은 아무리 자신의 땅이라도 이웃에게 불편을 끼치고 관리를 하지 않으면서 방치하는 것은 땅에 대한 권리가 없다면서 역소송을 취하게 된다. 이 소송은 7년간에 걸쳐 지속되었고 결국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킨 사회적 이슈가 되자 뉴욕시에서 이 토지를 사들여 공공을 위한 정원으로 조성하면서 일단락된다.

이후 2004년 영국의 리처드 레이놀즈라는 청년이 남몰래 집 주변 버려진 땅을 화단과 정원으로 꾸미고 개인 블로그에 올리면서 본격적으로 확산돼 이제는 하나의 문화이자 운동이 돼 가고 있다.

이런 게릴라 가드닝을 하는 것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단순히 지저분하고 아름답지 않은 쓸모없는 공간을 아름답게 바꾸는 것만이 아니라 그 공간을 바꿈으로서 버려진 땅에 대한 올바른 사용과 관리에 대한 인식, 나의 작은 불편함을 감수해 타인과 모두를 위하는 배려에 대한 인식을 다시 일깨워 주고자 함이 목적이 될 것이다. 

청주시도 ‘꽃피는 청주’라는 슬로건 아래 올해 처음 이 활동에 대한 지원을 시작했다. 

시민들이 자율적인 의사결정에 따라 장소, 일정, 식재수종 등을 선정해 가드닝 활동을 신청하면 이에 필요한 꽃묘와 식재도구 등을 지원하고 일반 시민가드너를 대상으로 한 가드닝 교육과 매뉴얼 보급, 지속적 관리를 위한 모니터링도 실시할 예정이다. 4월 10일에는 게릴라 가드닝 관련 학과 대학생, 전문가 및 기존 가드닝 활동가 등과 함께 게릴라 가드닝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도록 구도심지역을 대상으로 특별 가드닝을 실시할 계획이다. 

아직은 우리나라에서 그 사례를 찾기가 쉽지 않고 시작단계이니만큼 지자체와 가드너가 함께 추진하는 이 활동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게릴라 가드닝은 순수하게 개인들의 비용과 노력만으로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본래 취지인 관계로 시에서 개입할 경우 공개적이고 합법적이라는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이 활동에 대한 지원을 하는 이유는 이 활동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저변확대되도록 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시민이 직접 삶의 터전 곳곳을 녹색환경으로 변화시킨다면, 게릴라 가드닝 활동은 결국 도시를 아름답게 하고, 이웃을 즐겁게 하고 식물을 통해 타인과 소통할 수 있게 해주는 모두가 승리하는 작은 전쟁이 될 것이다.

올 봄엔 소외되고 버려진 땅에 나와 누군가를 위해 꽃밭을 선물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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