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잊지 말아요 우리
세월호, 잊지 말아요 우리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5.04.12 2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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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상처를 끄집어내는 일은 괴롭다. 상처의 기억을 되짚는 일은 힘들다. 상처가 깊으면 깊을수록 상처를 들여다봐야 하는 심정은 고통스럽다. 그래서 마음 한편에는 굳이 상처를 들춰내기보다 차라리 눈 질끈 감고 외면하고 살고 싶은 것이 생겨난다. 있었는지조차 까맣게 잊고 싶은 그런 것들.

오는 16일로 1주기인 세월호 사건이 그렇다. 온 국민을 충격에 몰아넣었던 이 사건은 정말이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상처다. 잊을 수만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자진해 기억의 상실도 요구하고 싶은 대한민국의, 국민의 상처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목숨을 앗긴 어린 생명 앞에 국가도, 국민도, 모두 역사의 죄인이 되었다.

그리고 1년. 그렇게 개인과 국가 존재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아친 이 사건은 부패의 썩은 바닥까지 드러내며 사회 경종을 울렸지만, 상처는 더 큰 상처가 되어 그날로 돌아가고 있다.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울분은 더 커지고, 그날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생존자들과 봉사자들, 가족들은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자신과의 또 다른 투쟁 속에 살고 있다. 눈앞에서 사라진 수백명 생명의 절규 속에 살아있는 이들 또한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다.

이처럼 살아 있는 이들에게 주어진 가혹한 형벌은 상처를 통해, 기억을 통해 그날로 되돌려지고 있지만 1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의 현실은 그날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다.

관피아니, 해피아니 들먹였던 권력의 부패는 책임지지 않는 권력의 중심만 보여주고 있고, 공무원들의 연금액수에 매달려 전사가 되어가고 있고, 국민들은 이자 낮은 대출금 받게 해달라고 아우성이다.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이건만 우리는 지금 강 건너 남의 일로 제쳐 놓은 채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고 있다.

이는 너와 내가 다를 게 없다. 알고도 가고 모르고도 가는 게 세월이듯, 그날 이후 별 진전 없이 제자리에 머물고 있는 대한민국의 상처는 오히려 더 깊어지고 있다.

그러는 사이 세월호 사건을 두고 정부와 국민이 대치하는 형국이 연출되는가 하면,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지급될 배상위로금이 언급되며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또한 세월호 인양 계획을 보면 희생자나 유족들을 배려했다고 보기엔 어렵다. 위로금보다는 따뜻한 손길이, 남은 희생자를 생각한 인양방식을 고려했어야 한다는 점에서 큰 결점을 보였다.

정부의 노력에도 이 모든 게 불신으로 비친다면, 불신은 세월호 사건이 터진 후 보여준 정부나 정치 권력자들의 진정성 없는 태도에서 기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정성 없이는 무엇도 이 상처를 아물게 할 수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 스스로가 상처에 매몰되어 있는 지금, 먼 나라에서 위안의 소식이 전해졌다.

오드리 헵번 재단에서 세월호희생자를 위해 팽목항 인근에 치유의 숲을 조성한다는 이야기다. 오드리 헵번의 가족이 숲 조성을 제안하고 성금까지 맡겨 이루어진 치유의 숲은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슬픔을 치유하기 위한 ‘기억의 숲’으로 명명한다고 한다.

팽목항의 상처를 기억하기 위해 전 세계인들의 성금을 모아 조성한다고 하니 그 의미도 남다르다. 치유의 숲 조성을 보면서 우리는 또다시 큰 것을 놓치고 가는 것이 아닐까 두렵기까지 하다.

누군가를 마음으로 위로하는 일은 가슴으로 슬픔을 나누는 일이다. 세월호는 동시대 사람들이 뼈아프게 감당해야 할 슬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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