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연초제조창 활용 해법은
청주 연초제조창 활용 해법은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5.04.05 17: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연지민 취재3팀장 <부장>

청주 연초제조창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시설물 활용이 엇박자로 진행되면서 지난 1일 시민연대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는 도시재생이냐 도시개발이냐를 두고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또 인근의 주민들은 개발이든 재생이든 빨리 사업이 진행되길 희망했고, 예술인들은 수정안과 사업포기를 거론하며 재검토를 촉구하기도 했다. 건물 활용에서도 다양한 가치관이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처럼 하나의 사안을 두고 논란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관심도 많고 중요하다는 의미다.

100만 도시를 꿈꾸는 청주의 가까운 미래가 연초제조창으로 집약될 수도 있고, 자칫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할 때 부담은 고스란히 청주시와 청주시민들이 떠안아야 할 몫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논의에 논의를, 신중에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2013년 도심 속 유휴공간 활용을 취재하기 위해 독일과 프랑스를 다녀온 적 있다. 독일의 우파파브릭과 쿨투어브라우어라이, 프랑스의 라 빌레트는 규모와 활용 면에서 연초제조창의 해법 찾기에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독일의 우파파브릭은 2차 세계대전까지 독일 영화의 본산지 역할을 했던 ‘우파(UFA)’ 영화 제작소였으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재정문제로 14년간 방치됐던 곳이다. 우범지역이던 이곳을 1979년 100명의 예술가집단이 ‘우파파브릭’ 단체를 설립해 환경과 문화, 지역 생활공동체를 핵심가치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만㎡ 면적의 건물과 부지는 베를린 정부로부터 66년간 저렴한 비용으로 임대했으며, 베를린 정부와 유럽연합으로부터 전체예산의 약 60%를 지원받고 있다. 또 맥주공장 ‘쿨투어브라우어라이’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20년간 방치됐던 곳이다. 문화예술, 교육적 공간으로 리모델링해 연간 2000건의 문화행사로 100만 명에 가까운 관람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라 빌레트’ 역시 좋은 사례다. 도살장을 과학기술관으로 재생한 이곳은 음악·미술·공연 등 문화예술을 융합한 21세기형 산업기술체험관으로 개관해 운영 중이다. 미래교육에 초점을 맞춰 문화와 경제의 중심이 되고 있다.

도시재생 성공사례 외에도 세계 전문가들의 조언도 다시 들춰봐야 한다. 영국의 주요 도시재생프로젝트를 추진한 엘레노어 맥알리스터는 “경제적 목적으로 문화유산을 파헤치지 말 것, 문화적 창조인들의 공간으로 만들 것, 지역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고 유연한 행정을 펼칠 것, 공간의 특성을 살리되 안정감과 지속성 있는 정책을 펼칠 것”을 주문했다.

상하이 창의산업센터장 쩡치앙 허는 “문화적 도시개발의 원칙은 안정성, 진실성, 기능성, 가역성, 창조적 개성이다. 공간의 특성을 살리되 현대와 미래의 가치를 담을 수 있는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정화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기차역이 오르세미술관으로 성공하고, 화력발전소가 데이트모던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시대적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청주의 시대적 요구는 무엇인지 고민한 뒤 ICT 형식의 창조산업클러스터로 발전시키고, 소비재에서 창조재로 전환하도록 할 것”을 주문했다.

이처럼 옛 연초제조장으로 경제적 파급 효과를 거두려면, 아니 최소한 청주시민들로 부터 사랑받는 공간이 되려면 건물에 투입될 미래 예산과 이용자를 고려한 세밀한 활용안이 만들어져야 한다. 연초제조창 활용 논란이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