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이 지경이라면
감사원이 이 지경이라면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5.03.30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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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부국장<천안>

지난 26일 행정·사법·입법부 고위 공직자 2302명의 지난해 1년 사이 재산 변동 내용이 일제히 공개됐다.

이중 재산이 증가한 공직자는 모두 1583명, 69%로 나타났다. 치솟는 집세, 물가 인상 등으로 서민경제가 마이너스로 치닫는 상황에서도 고위 공직자 10명 중 7명은 되레 재산이 늘었다. 

그중 국회의원들의 재테크 수단이 놀랍다. 292명 중 82%가 늘었는데 재산 증가자의 비율이 행정부의 66%, 사법부의 73%에 비해 월등하다.

언론이 재산 증가 사유를 분석해 봤더니 답은 역시나 부동산과 주식·예금 등 금융자산이었다. 갖고 있던 땅이, 보유 중인 자사주가 저절로 뛰어오르면서 돈이 돈을 벌어다 주었다. 

고위 공직자들의 1인당 평균 재산도 역시 ‘고위’급 이었다. 전체 평균은 15억3400만원으로 나타났다. 국회의원이 19억2727만원, 고위 법관이 19억6786만원, 정부 고위공무원이 12억9200만원으로 나타났다.

놀라운 건(사실 놀랄 일은 아니다) 선출직인 국회의원 말고 법관이나 고위 공무원의 평균 재산이 19억, 13억원에 달한다는 점이었다. 평생 판사만 했을 텐데, 평생 공무원으로 살면서 자녀들 대학 보내고 그 돈으로 살림했을 텐데. 어떻게 그런 거액을 지금까지 모았는지 재주가 대단하다. 신출귀몰한 재테크를 구사했거나, 부모나 배우자를 아주 잘 만났다거나. 

공교롭게도 이 뉴스가 전해진 날, 사회면 기사에 ‘박카스 아줌마’가 등장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이 종묘공원과 종로3가 일대에서 성매매를 한 남녀 33명을 적발해 불구속 기소했다는 뉴스에서다. 

입건된 사람들은 성매매를 한 여성 15명과 성매수를 한 남성 15명, 성매매를 알선한 호객꾼 3명 등으로 모두 50~70대 사이다.

박카스 아줌마는 종묘공원 일대에서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을 일컫는 말이다. 십수년전쯤 슬그머니 등장했는데 손가방에 박카스를 들고 다니며 성매수를 원하는 남성에게 접근한다는 점에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 언젠가는 영국 공영방송인 BBC에서도 이를 보도해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한 종편채널이 이와 관련해 몇몇 전문가를 초빙해 대담 방송을 내보냈다. 몇가지 새로운(?) 사실이 전국 시청자들에게 전해졌는데 이들 박카스 아줌마의 연령이 50대에서 60대, 많게는 70대까지라는 것과 성매매 대가가 단돈 2~3만원이라는 점. 또 성매수 남성의 나이가 60대를 훌쩍 넘어 70대, 80대까지라는 것. 

그러면서 대담은 이들에 대한 동정론으로 이어졌다. 여성 대부분이 생계형 성매매자들이며 남성들 역시 노년기 성을 해결할 마지막 수단으로 공원을 찾고 있다는 점이 언급됐다.

비슷한 시기, 감사원 소속 간부 2명이 강남의 한 요정에서 두당 100만원대 초호화판 접대를 받고 인근 모텔에서 성매매를 하다 적발됐다. 암행어사가 성접대를 받은 꼴이다. 앞서 지난 2일엔 국세청 간부와 현직 세무서장 등 2명이 강남 룸살롱에서 술을 마시고 접대부 여성과 성관계를 맺다 적발됐다. 이 정도라면 국가 기강은 더는 추락할 데가 없다. 

끼니를 잇기 위해, 또 주린 성(性)을 해소하기 위해 단돈 2만원에 거래를 해야했던 공원의 노인들. 요정과 룸살롱에서 접대를 받다 성매수 혐의로 붙잡힌 공직자들. 서글프고,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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