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엔 돌아오렴
금요일엔 돌아오렴
  • 임성재 기자
  • 승인 2015.03.24 18: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임성재 <칼럼니스트·프리랜서 기자>

봄이 왔다. 겨울을 이겨낸 봄기운이 얼음의 땅을 뚫고 꿈틀거린다. 자연의 시간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시간은 흐름이다. 

그래서 오늘은 과거가 되고, 내일은 또 오늘이 된다. 그러나 때론 시간도 한자리에 머문다. 

4월 16일이 그렇다. 4계절이 흘러 다시 그날이 돌아오건만 4월 16일은 떠나온 과거가 아니다. 시간은 흘러가다가도 다시 그날로 붙들려간다. 세월호 유가족에게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시간이다. 



집 밖을 나갈 수도, 집 안에만 있을 수도 없는 시간, 

아이의 물건을 태울 수도 그대로 둘 수도 없는 시간, 

밥을 먹을 수도 안 먹을 수도 없는 시간. (금요일엔 돌아오렴, 창비)



지난 16일,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을 담은 ‘금요일엔 돌아오렴’ 북 콘서트가 청주에서 열렸다. 

세월호 유가족과 작가, 300여명의 시민들과 김병우 교육감이 자리를 함께 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1년의 시간이 흘러갔건만 유가족들의 아픔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커져만 간다. ‘사는 것 자체가 애에 대한 배신 같다’는 다영이 엄마. ‘집에 있으면, 잠을 자면 세월호 바다 속만 떠오른다.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온다. 아마 평생을 돌아다닐 것 같다’는 호성이 엄마. 배 안에서 공포에 떨며 구조를 기다렸을 아이를 지켜주지 못한 부모의 피맺힌 절규다.

‘먹고 사는 일만 중요한 줄 알고 허둥대며 살다보니 죽고 사는 문제를 간과했다’며 안전한 사회, 투명한 사회를 만들어 대한민국에서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아들에게 참회하는 일이라는 다윤이 아빠의 고백은 경제가 우선이라며 선심성 정책을 쏟아내는 대한민국을 부끄럽게 만든다. 

‘다른 보상은 필요 없다. 엄마라고 부르는 딸의 목소리, 산책할 때 나의 느린 걸음에 맞춰 걸어주던 딸의 따스한 마음만을 보상해 달라’는 다영이 엄마의 목매인 외침은 더 많은 보상을 받으려고 거리에 나섰다며 유가족을 폄하하는 일부 사람들로 인해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유가족들은 아직 정부로부터 단 한 푼의 보상금도 받지 않았다. 그리고 국민들이 모아준 1600여억 원의 성금도 그대로 남아 있다. 유가족들은 이 국민성금을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데 쓰기로 합의를 해 논 상태이다. 

수학여행을 마치고 금요일에 돌아와야 할 아이들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아직도 9명의 실종자는 차가운 바다 속에 잠들어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유가족들의 상처는 깊어 가는데 우리 사회는 지나간 시간만큼 세월호 참사를 잊어간다. 그리고 살아남은 자들의 아픔은 외면한다. 평생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야할 아이들에 대한 배려는 어디에도 없다. 

천신만고 끝에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됐지만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급기야 특위위원장이 특위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보장, 그리고 대통령의 의지를 확인하기 위해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렇게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유가족들의 외침이 지지부진 외면당하는 사이에 사고는 계속됐다. 아파트 화재, 영종도 100중 추돌사고, 응급구조 헬기 추락, 텐트촌 화재 등 규제완화와 안전대책 미흡이 빚어내는 사고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이렇게 시간만 보내고 있어도 되는 것일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