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말살하는 자본의 침략
문화를 말살하는 자본의 침략
  • 임성재 기자
  • 승인 2015.03.17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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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임성재 <칼럼니스트·프리랜서 기자>

자본은 냉정하다. 감성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사회정의를 보지 않는다. 사람의 가치를 생각하지 않는다. 이웃의 아픔을 헤아리지 않는다. 오직 이익만을 뚫어 볼 뿐이다. 그리고 저돌적이다. 이익이 눈앞에 보이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익만이 최고의 선이다.

영화 ‘국제시장’의 흥행 덕분에 부산 국제시장에는 관광객이 몰려든다. 특히 주인공이 운영하던 ‘꽃분이네’ 가게를 보려는 사람들로 인해 ‘꽃분이네’는 판매는 늘지 않는 호황을 누린다고 한다. 이 틈을 타 가게 주인은 권리금을 턱없이 높게 요구해 ‘꽃분이네’가 폐업위기에 몰렸으나 부산시가 중재에 나서 폐업위기를 넘겼다. 가게 주인이 나빠서가 아니라 자본의 속성이 다. 

서울의 대학로와 홍대입구는 문화의 상징이다. 연극과 음악, 다양한 예술 공연이 넘쳐나는 젊음의 거리이다. 문화예술인들의 오랜 땀과 눈물로 이제는 문화 공간으로서 뿐만 아니라 외국 관광객들도 꼭 들러야 하는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요즈음 이곳의 소극장과 공연장들이 문을 닫고 있다. 사람이 몰리자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턱없이 올려 공연장들을 몰아내고 그 자리에 관광객을 위한 판매시설과 유락시설을 유치하고 있는 것이다. 역시 눈앞의 이익만을 쫒는 자본의 본능이다. 

청주 수암골은 청주에서 유일하게 남은 산동네이다. 한국전쟁 이후 피난민들이 모여 살기 시작한 수암골은 도심 속에 떠있는 섬 같았다.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은 옛 자취가 남아있는 수암골을 문화와 삶이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만들려는 노력을 이어왔다. 지붕과 맞닿은 낮은 벽에 벽화를 그려 넣고 주민들과 함께 하는 문화공간을 만들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수암골은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촬영지로 유명해져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려들었고 또 다른 드라마들의 촬영지로 각광을 받았다. 

사람들이 몰리는 곳에 자본이 스며들었다. 수암골 비탈에 우람한 상가 건물들이 들어섰다. 청주시내에서 올려보는 수암골의 밤하늘을 현란한 불빛들이 점령하고 말았다. 수암골 주민들에게 남은 건 현란한 불빛과 자동차들이 뿜어내는 매연과 소음뿐이다. 문화를 말살한 자본의 침략이다.

청주시는 옛 연초제조창 부지를 국고지원과 민자 유치를 통해 ‘경제기반형 도시재생 선도사업’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옛 연초제조창 건물의 일부를 헐어내고 그 자리에 대형 판매시설과 숙박시설, 아파트를 짓겠다는 것이다. 

지금도 대형판매시설의 과잉으로 지역상권이 붕괴되고 있는데 거기에 또 다른 대형 판매시설을 짓겠다는 것은 무모하다. 옛 연초제조창 부지는 청주시가 매입한 시민의 재산이다. 그곳에서 공예비엔날레가 처음 열렸을 때 시민들은 환호했다. 헌 공장이 이렇게 매력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그리고 콘크리트 건물의 웅장함과 견고함, 그리고 그 공간성에 또 한 번 놀랐다. 그래서 이 터와 건물이 청주시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삶의 휴식처로 탈바꿈되기를 기원했다. 

그런데 시민들의 의사도 묻지 않은 채 이렇게 갑작스럽게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발을 위한 개발, 치적을 위한 개발이 되어서는 안 된다. 행여 누구의 이권을 위한 개발이어선 더욱 안 된다. 문화의 등식은 자본의 논리로는 풀어낼 수 없는 무한한 가치의 공식임을 기억해야 한다.

자본의 폐해를 막고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노력해야할 청주시가 오히려 자본을 등에 업고 춤추는 꼴이 되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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