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나침반
배움의 나침반
  • 최지연 <한국교원대학교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15.03.04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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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연 교수의 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학교 초등교육과 교수>

새 학기가 시작됐다. 입학을 한 새내기의 얼굴은 신기함과 새로움으로 가득 차있다. 

최근 일간지 보도에 주요 대학들의 입학식 축사에서 현실을 직시하고 어려움을 헤쳐가라는 돌직구가 트렌드였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새내기의 얼굴은 밝고 새학기 학교는 희망으로 가득차 있다. 선생이 된 기쁨 중의 하나는 이 희망에 찬 얼굴을 매학기, 매일 새로 만난다는데 있다.

강의에서 학생들과의 첫 만남은 강의계획서를 안내하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강의계획서는 지난번 강의 자료를 참고해 방학 중 미리 작성하여 두었다가 새학기에 학생들과 함께 검토하고 수정하여 다시 학교시스템에 업로드한다. 매학기 하는 일이지만 늘 고민은 이렇게 수업을 해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까하는 점이다. 어느 학기의 수강생들은 담당교수가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잘 정리해서 설명해 주기를 좋아했는데 또 어느 학기에는 스스로 무엇인가를 찾고 구성해가는 공부를 좋아하기도 한다. 그래서 필자는 미리 작성했다가 학생들과 첫주에 만나 검토하여 다시 올리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비단 필자뿐 아니라 초, 중등 그리고 대학의 교육 현장에서 선생된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좋은 수업을 할 수 있고, 학생들의 배움에 보탬이 될 수 있을 지를 고민한다. 교사로 길러지는 학부 과정 즉 양성 단계에서 교육과 관련된 내용지식은 물론 어떻게 전해야 할지에 대한 방법적 지식을 전수받지만 앞서 필자의 고민을 밝혔듯이 학생들은 변화무쌍하며 교육 내용도 변화하니 늘 고민과 어려움에 휩싸이게 된다. 

이러한 고민은 일본도 역시 비슷한 모양이다. 최근 아사히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카고시마현 교육위원회는 공립 초·중학교의 모든 교사를 위한 수업 만들기, 지도 방식 등을 실은 안내서 ‘배움의 나침반’을 제작했다고 한다. 매력 있는 수업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올해 약 1만 2000명의 선생님들에게 배부할 예정이라고 한다. 

카고시마현이 이러한 결정을 내린 데에는 올해 이루어진 전국학력조사에서 카고시마현의 평균 정답률이 전국 평균을 밑돌았던 것이 주요했다. 교육위원회에서는 평균이하의 정답률에 대한 원인을 ‘학생의 사고력, 판단력, 표현력’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 이를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으로 다양한 시도를 계획하고 있다. 여기에는 학습 정착 관련 도서, 웹 시스템 구축 등 중요한 기간을 마련하는 방법도 있지만 선생님들을 위한 지침서로 ‘배움의 나침반’을 도입하였다는 것이 눈에 띈다. 

배움의 나침반은 카고시마현 학생의 학력상황, 교과별 분석, 각 교과 지도의 중점 포인트, 수업개선방법, 학력향상을 위한 시책, 학교교육의 충실을 위한 노력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데, 학생이 사고력을 키우는 구체적인 수업의 진행을 전 교과에 걸쳐 소개하고 있으며, 학교나 교육위원회의 구체적인 실행 사례도 제시하고 있다고 한다. 

손자병법의 가장 기본적 전술 중 하나는 ‘지피지기’이다. 현재 우리 교육의 상태와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배움이라는 교육의 중요한 목적을 실현하기는 쉽지 않다. 카고시마 현의 배움의 나침반은 선생님들에게 주어진 ‘지기’의 전략이 아닌가 싶다. 

충청 교육은 행복교육으로 거듭나고 있다. 배움의 행복이 세상에 대한 이해와 깨달음이라는 교육의 본래 목적까지를 실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올 한해 우리 충청교육에도 배움의 나침반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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