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훼손으로 신음하고 있다.
숲이 훼손으로 신음하고 있다.
  • 반기민 <충북대학교 산림학과 겸임교수>
  • 승인 2015.03.03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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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반기민 <충북대학교 산림학과 겸임교수>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은 후손들에게 빌려 쓰는 땅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 말은 이 땅을 잘 사용하고 다시 후손들에게 되돌려 주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공간은 과연 잘 사용하고 있는 것인지 생각할 바가 많다.

청주에서 외곽 지역으로 나가면서 보이는 경관들은 연중 공사 중이다. 도로공사, 택지조성공사, 공단조성 등 다양한 형태의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청주 중심지는 재개발을 위한 준비들로 여기저기 현수막이 붙어 있다. 외곽으로 나가면 난개발의 소규모 택지들이 산 중턱으로 진행 중인 곳이 여기저기 있다. 

산 중턱에 지은 집 혹은 계곡부를 끼고 택지를 조성하는 곳 등 여러 가지 형태를 보게 된다. 요즘 같이 안전과 방재 등에 관심을 갖는다면 이러한 지역에 집을 짓고 사는 것은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우리 선조들은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을 선택할 때는 이렇게 산의 머리와 손발을 잘라내고 속살을 파내어 집을 짓지는 않았다.

마구잡이로 쉽게 집을 짓고 혹이나 폭우에 의한 산사태 등으로 피해를 입으면 대형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이때는 어느 누구도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요즘처럼 예측 불가능한 국지성 호우 시에는 손을 쓸 수도 없는 상태가 된다. 그렇다면 이는 인재인가, 천재인가? 

그동안 인류는 산림을 파괴하면서 사람 사는 공간을 마련하고 농지를 늘려왔다. 그리고 도시가 형성되면서 사람들은 모이고, 직업은 분화되고, 편안하고 쉽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며 지내왔다. 산림의 파괴는 삶의 질을 악화시켜 일상적으로 자연을 만나고 교류할 수 있는 기회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기회만 되면 자연을 찾아 숲으로 들어가고 있다. 

지역을 넘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골프장건설, 공단건설, 대규모 택지조성 등으로 국토는 여기저기서 신음하고 있다. 특히 평창동계올림픽을 치르려고 준비하는 강원도는 지금 몸살을 앓고 있다. 누구를 위해, 왜 이렇게 해야 하는가? 수백년 아니 천년이상 자리를 잡고 형성된 숲을 순식간에 베어버리고 뿌리째 뽑아내며 그곳에 활강스키장을 건설한단다. 천연보호림으로 지정한 정부는 자기들 스스로도 그것을 지키지 못하고 내놓고 말았다. IOC에서는 분산개최의 명분까지 열어놓았지만 우리나라는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모양이다. 왜 후손들에게 빌려 쓰는 이 땅을 파헤치고 생명이 숨을 쉴 수 없는 공간으로 바꾸어 놓는단 말인가? 상업자본가들의 배를 불리기 위한 것은 아닌지?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는 개발행정은 언제나 자연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할 것인지 묘연하다.

생명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은 이 땅 금수강산이 국가정책에 의해 여기저기 생채기 나고 허물어져가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하고 있고 또 울분을 금치 못하고 있다. 생명을 우선시 한다고 말만하면 될 것인가? 이 땅의 자연을 보호하고 잘 유지하여 우리세대도 이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고 다음세대도 그렇게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시대를 외친지도 20여년이 지나고 있다. 자연이 살아가야 할 공간을 인간이 차지하고 또한 나머지의 자연에 대한 배려와 보호하려는 마음도 없으면 이젠 우리는 자연의 역습을 맞아들일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생명을 살리는 것이 인간의 생명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인간의 생명도 중요하지만 자연의 생명 역시 중요하다. 이 지구상에서 함께 살아가야 하는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마구잡이식으로 산을 훼손하는 일은 이젠 그만하고 자연의 순리를 따라 살아갈 곳을 정하고 개발하는 것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자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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