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의회 文盲인가 … “기가 막힌다”
천안시의회 文盲인가 … “기가 막힌다”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5.01.27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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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립무용단 中 아파트분양 판촉무대 동원

현지 부동산 개발회사 경비 제공 · 과대 홍보도

시 “시의회 믿고 파견” 시의회 “사전에 몰랐다”
천안시립무용단이 천안시의회 요청으로 중국의 한 개발회사 아파트 판촉행사에 동원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천안시립무용단은 지난 16일 중국 중소도시 모 개발회사 아파트단지 분양 판촉 행사에서 공연을 했다.

천안시 문화관광과는 지난해 말 천안시의회로부터 ‘쑤이닝(遂寧)시 의회 초청 문화행사 참여 협조요청’공문을 받았다. 쓰촨(四川)성 쑤이닝시 인근의 문화행사에 무용단 10여명을 참가시켜 달라며 항공권 및 체류비 일체를 중국측에서 지원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시립무용단이 공연한 곳은 쑤이닝시가 아니라 그곳에서 140여 ㎣ 떨어진 광안(廣安)시였다. 게다가 공연 주최·주관자도 쑤이닝, 광안시 등 공기관이 아닌 현지 부동산개발회사였다.

공연 무대에는 ‘금수산하’라는 개발중인 대규모 신도시의 아파트 브랜드가 공연 이름으로 크게 걸려 있었다. 주최 기관은 ‘광안 녹색저탄소 부동산개발(置業)주식회사’였다. 무용단과 시의회 5인 대표단이 묵었던 호텔 로비에도 이와 비슷한 행사 홍보판이 있었다.

그 홍보판에는 ‘한국국립예술단(천안시립무용단)이 광안에 왔다’는 문구와 ‘53~167㎡ 규모의 경치 좋은 아파트’를 24일 분양 청약받는다고 적혀 있었다. 분양일은 공연 8일 후로 모델하우스 위치와 청약시 특전까지 자세히 명시했다.

이 때문에 천안시립무용단이 중국의 부동산개발회사 아파트 분양촉진 행사에 이용당한 게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그런데 시립무용단 공연 주선자가 바로 천안시의회였다.

시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시의회를 믿기 때문에 국제 교류차원의 협조요청으로만 알고 시립무용단을 참여시켰다”고 말했다.

이날 시립무용단은 검무·부채춤·소고춤 등을 공연했다.

시의회가 전달 받은 쓰촨성 공연허가서에도 이 행사가 영리 목적임을 밝히고 있다. 쓰촨성 문화청은 이 공연이 ‘영업성 공연 관리 조례’를 엄격히 지키고 ‘임시 영업성공연 허가증’을 받고 공연해야 함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런데 쓰촨성 공연 허가 신청 때는 ‘한국예술단’으로 표기한 출연진이 공연장에선 ‘한국국립(國立)예술단’으로 바뀌어 있었다. 현지 부동산개발회사가 쓰촨성 당국까지 속인 셈이다.

한편 지난 15일 시립무용단과 함께 중국에 간 천안시의회 대표단 5명도 현지 부동산개발회사 지원으로 광안시 호텔에서 묵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희준 단장(시의원)은 “민간부동산개발회사가 주최한 행사인지 전혀 몰랐다”며 “행사장에 있었으나 중국어를 알지 못해 자세한 사항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천안 조한필기자

chohp11@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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