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 위에 올라선 시의회
천안시 위에 올라선 시의회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5.01.27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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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조한필 부국장 <천안·아산>

새해 들어 천안시의회가 벌인 일들을 보면 시의회가 천안시 위에 앉아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지난 15일부터 4박6일간 시의회가 마음대로 ‘천안시 5인 대표단’을 구성해 중국을 다녀왔고, 23일엔 시와 아무런 협의 없이 시정 홍보와 브리핑실 운영 조례안을 만들어 통과시켰다.

이런 상황이니 천안시는 어안이 벙벙하다. 먼저 쓰촨성 쑤이닝(遂寧)시에 간 5인 대표사절단부터 살펴보자. 지난해 10월 시의원 4명이 처음 다녀온 뒤의 후속 방문이었다. 시 집행부는 이 방문단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시는 중국 우호도시 산둥성 원덩(文登)시 문제로 만도 골치가 아픈 상태다. 10년 전 수억원을 투자해 현지 천안상품전시관을 만들었는데 지금은 처치 곤란이다. 설상가상 지난해 원덩시가 웨이하이(威海)시의 일개 구(區)로 편입돼 교류관계를 재조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그런데 시의회는 눈치도 없이 중국 새 도시와 관계를 맺자고 나선 것이다. 쑤이닝시에서 날라온 초청공문이 가관이다. 시의회 방문단이 천안시 대표단으로 둔갑해 있다. 따라간 기자의 보도기사도 천안시 대표단으로 표현하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이 대표단장인데 단순 통역이라고 주장하는 민선 6기 시장직 인수위원은 ‘시장고문’으로, 갓 들어온 시의회 계약직 여직원은 ‘시정부 직원’으로, 동행기자는 ‘충청남도 대표기자’로 뻥튀기되 있었다.

아무리 중소도시 간 교류라도 외교적 절차에 맞게 추진해야 한다. 만약 쑤이닝시에서 시장고문을 ‘사칭’한 사실을 알게 되면 외교적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대표단’의 현지 활동은 더욱 놀랍다. 동행 기자 보도에 따르면, 대표단 단장 노희준 시의원은 “천안시는 국제교류와 관련해 자매도시, 우호도시, 교류도시, 교류추진 등 두 도시가 모든 분야에서 활발히 교류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쑤이닝시 측에 말했다. 천안시가 국제 교류 관계를 맺을 준비가 돼 있음을 천명한 것이다. 하지만 시 관계자는 “시는 현재 쑤이닝시에 대한 아무런 교류 준비도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런 사정도 모르고 쑤이닝시는 이 대표단에 한중병원 및 한국노인복지원 설립을 비롯해 천안시 의대생들 중국현장실습 등을 제안했다고 한다. 무슨 코미디를 보는 듯하다. 

두번째는 시의회가 의결한 ‘시정홍보 활성화 조례안’건이다. 시 관련부서와 일절 협의 없이 의원들끼리 밀실에서 조례안을 준비했다. 이 조례는 천안시 시정홍보위원회를 구성토록 하고 있다. 공무원 2명, 시의원 2명, 언론인 2명, 시민단체 관계자 2명, 교수 등 3명 총 11명이 천안시의 연간 시정홍보계획, 브리핑실 운영, 언론 지원 시책 등을 심의한다. 

조례는 ‘시정홍보’ 개념을 천안시에서 공익을 목적으로 언론매체 등을 이용하는 일체의 홍보 행위, 시 예산이 소요되는 모든 광고로 정의하고 있다. 시 공보관 3개팀(공보팀, 홍보기획팀, 뉴미디어홍보팀) 모든 업무가 여기에 포함된다. 사실상 시정홍보위원회가 시 공보관 업무를 통괄하는 구조다. 

지방자치법에는 지자체장은 시의회 의결 조례안에 이의가 있으면 재의(再議)를 요구할 수 있다(26조).‘월권이거나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친다고 인정될 때’다(107조). 이번 시정홍보 조례안은 명백한 ‘월권’이다. 

시 고문 변호사도 “일부 조항에서 언론 자유와 시장의 권한을 일부 침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 시장은 재의를 요구할 수 있는 사안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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