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가 되어, 2015년을 맞는 다짐
사서가 되어, 2015년을 맞는 다짐
  • 박영선 <청주시 오송도서관 주무관>
  • 승인 2015.01.13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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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박영선 <청주시 오송도서관 주무관>
 
“이런 주제의 책을 찾는데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나는 이 질문이 참 좋다. 기초적인 수준의 정보제공서비스지만 내가 이용자분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느낌이 든다. 

얼마 전 나이가 지긋하신 할아버님께서 개인 출판에 관련된 책을 문의하셨다. 당시 전화가 연달아 걸려왔던 터라 응대하는 것이 조금 지체되었다. 기다리시게 한 것이 죄송스러워 더 열심히 책을 검색했다. 

몇권의 책을 건네 드리자 한참을 유심히 살펴보신 할아버님께서 갑자기 내가 전화를 받던 태도가 아주 인상적이었다는 말씀을 하셨다. 기다리게 했다는 것에 불평은커녕 오히려 칭찬을 해주시며 자신에게 왜 이런 책이 필요한지 말씀해주셨다. 

자식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선물해주고 싶으셨다는 할아버님은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내가 권해드린 책을 빌려가셨다. 사서가 되어 맡은 업무들 중 이용자 응대는 고되지만 보람차다.

임용이 되기 전까지 분명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했고 정사서2급자격증을 소지했지만, 나는 나를 ‘사서’라고 소개할 수 없었다. 그러나 드디어 10월 15일. 임용장을 받고 사서로서 도서관에 발령을 받았다. 

사실 마냥 행복하진 않았다. 담당자로서 자료실을 배정받아도 그저 낯설었다. 이미 도서관이 익숙한 사람들 속에서 나 혼자 이방인인 것 같았다.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이용자의 일방적인 민원도 당황스러웠다. 아무리 원칙을 말해도 납득해주지 않는 이용자들. 결국 자료실을 책임지는 담당자가 되었는데도, 도서관 아르바이트를 했던 때처럼 선생님들께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하나 둘 보람 있는 날들이 쌓이고, 자주 오시는 이용자분들이 누군지 알게 되고, 일상적인 업무에 더 이상 떨지 않게 되었다. 도서관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게 되고, 소속감이 생겨났다.

사서가 되고, 벌써 2015년을 맞이하게 되었지만 아직 어떤 사서가 되어야겠다고 뚜렷하게 결심하지 못했다. 

임용 전에는 친절한 사서가 되고 싶었다. 모든 요구를 다 들어주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단박에 ‘노(NO)’라고 하기보다 왜 그렇게 할 수 없는지 원칙을 친절히 설명해주는 사서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이용자분들이 기껍게 다시 도서관을 찾도록 하고 싶었다. 

그러나 실제 사서가 되고 보니 이용자분들은 별처럼 다양했다. 업무 또한 그랬다. 프로그램 및 자료실 운영, 그 안에 속해있는 이용자 응대는 내가 제공해야 하는 서비스 중 극히 일부였다. 

서가를 어떻게 배치할지, 이달의 추천도서는 어떤 도서를 선정할 것인지, 어떤 주제와 방식의 프로그램을 제공할 것인지 등 도서관의 인식을 좌우하고 다시 오고 싶은 도서관을 만들 수 있는 업무는 다양했다. 

2015년의 목표는 배움에 두었다. 배움에 인색해지지 않고 사서의 역할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노력하는 그런 한해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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