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198>
궁보무사 <198>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0.25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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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수를 써서든지 그 계집년을 산채로 잡아 오라구"
4. 피는 피로 갚는다 .

"아니, 그, 그럴 리가."

학소는 병사가 대답한 말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건 맞는 말일 거야."

어느새 다가온 두릉이 학소의 어깨를 가볍게 툭툭 쳐대며 말을 다시 이었다.

"방금 이 돼지들이 모두 암컷이라고 하지 않았나 아마도 성주님께서는 매 식사 때마다 한벌성 부용아씨를 대하듯 저 암퇘지들에게 분풀이를 하시곤 할거야. 두고 보라고."

학소가 그래도 잘 모르는 것 같은 표정을 짓자 두릉이 빙긋 웃으며 다시 말했다.

"자,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고 일단 성주님 처소 안으로 들어가 보세. 아이쿠! 벌써 저런 기막힌 소리가 들려오는구먼."

두릉이 이맛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중얼거렸다.

정말로 아닌 게 아니라 오근장 성주의 처소 안에서는 처절하게 울부짖는 돼지 비명이 들려왔다.

이것은 통상적으로 말하는 돼지 멱따는 소리와 질적으로 전혀 다른 것이었다. 꽥! 꽤애액!

"그럼, 우리 성주님께서 그 아픈 몸으로 돼지를 손수 잡으신다는 말씀이옵니까"

"어허! 자네는 아직도 눈치를 못 챘는가 지금 오근장 성주님께서는 암퇘지의 그곳 안에다 손가락 몇 개를 억지로 쑤셔넣어 가지고 무지막지하게 찢어내시는 중일 것이니."

"암퇘지 그곳을요 아니, 왜요 암퇘지 그곳이 성주님께 무슨 죄를 졌습니까요"

"일단 들어가 보면 알 걸세."

두릉은 이렇게 말하며 학소와 함께 오근장의 처소 안으로 들어갔다.

정말로 아닌 게 아니라 오근장 성주는 지금 비지땀을 철철 흘려가며 뭔가 힘든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커다란 탁자 위에 사족이 결박당해진 암퇘지의 그곳 안에 손가락을 깊숙이 찔러넣는 일이었다.

그러고 보니 지금 저쪽 구석 한편에는 사족이 결박당한 암퇘지 두어 마리가 두 다리 사이에서 시뻘건 피를 질질 흘리며 신음을 하고 있었다.

"내가 반드시 그 쬐그만 년을 사로 잡아와 가지고 이런 식으로 거기를 박박 찢어내 버리겠단 말이지. 그 천하에 싸가지 없는 그 계집년을."

오근장 성주는 몹시 흥분된 목소리로 잠시 이렇게 씩씩거리며 말하고 나더니, 암퇘지의 그곳 안에 억지로 쑤셔 집어넣은 손가락을 좌우로 힘껏 벌려 완전히 찢어버렸다.

꽤애액!

암퇘지가 결박당한 온몸을 비틀어대며 몹시 괴로워했다.

오근장 성주는 그것으로도 분이 풀리지 않는 듯 선혈이 낭자해진 암퇘지를 머리 위로 번쩍 집어 들어가지고 방 한구석에 그대로 내던져 버렸다.

꽤애액!~

성주에 의해 바닥에 패대기쳐진 암퇘지는 비명을 크게 지르며 온몸을 바르르 떨어댔다.

'쯧쯧쯧. 그러고 보니 한벌성주 딸내미 하나 때문에 이제는 우리 팔결성 암퇘지들까지 수난을 겪는구먼! 이러다가 우리 팔결성내 암퇘지들의 씨가 마르고 말겠는데'

두릉은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며 오근장 성주를 향해 정중히 인사를 올렸다.

오근장 성주를 곁에서 항상 호위해주는 삼외 무사 (외남, 외평, 외하) 등등이 지지난 밤에 있었던 일들을 생각해서인지 몹시 떨떠름한 눈빛으로 두릉을 쳐다보았다.

오근장 성주 역시 장수 두릉에 대한 사적인 감정 앙금이 아직 남아 있는지 아예 못 본 척 시선을 딴데로 돌리고 있다가 이제야 허겁지겁 처소 안으로 들어오는 장수 외북을 보고 반가운 듯 큰소리로 외쳤다.

"이봐! 외북! 어서 당장 그 일을 시작해주게나. 지금 한시가 급해! 내 그 괘씸한 계집을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리고 몸서리가 쳐진다니까. 피는 피로 갚아야만 되는 법이야! 자, 어서 당장! 무슨 수를 써서든지 그 독살 맞은 계집년을 산채로 잡아 오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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