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作心)과 항심(恒心)
작심(作心)과 항심(恒心)
  • 윤승범 <시인>
  • 승인 2015.01.06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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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윤승범 <시인>

한해를 시작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고자 합니다. 새로운 것을 새로운 날에 시작하고 싶다는 마음. 

그래서 연초가 되면 사람들은 작심(作心)을 합니다. 어제까지는 그랬지만 오늘부터는 어떻게 하겠다는 다부진 다짐의 시작. 

금연이 그렇고 금주가, 그리고 우리네 세상살이가 그렇습니다. 그러나 단호하게 먹은 마음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흐릿해져 갑니다. 처음 지녔던 단단한 마음은 시나브로 무뎌지고 허물어집니다. 한번 무너진 그것은 가속이 붙어 흐지부지 없어지게 되지요. 

그래서 또 나온 말이 작심삼일(作心三日)입니다. 그렇게 며칠 지나면 변색되는 다짐. 그게 해마다 반복되고 또 반복되니 우리네 살림살이가 항상 이 모양입니다.

얼마전 뉴스에서 인도의 타지마할이 누렇게 변해간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하얀 사랑의 대명사였던 타지마할이 오염 물질과 공해로 인해 다시는 되돌릴 수 없이 변색해 간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처음 지을 때의 마음이 순결이었을진데 견고하고 단단하다는 대리석마저 세월의 변심을 이길 수 없었던 것이지요. 

그것을 보면서 생각을 합니다. 돌로 쌓은 것도 무너지고 쇠로 지은 것도 녹슬어 버려집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사실을 또 보게 됩니다. 

그중에 변하기 쉬운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지만 어쩌면 변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정(無情)물이야 제게 닿는 것들을 거부할 재간이 없어서 그대로 감싸안고 산다지만 유정(有情)물인 인간은 제 몸과 마음에 닿는 더러운 것들을 작심(作心) 여부에 따라 버리거나 안을 수 있을테니 변하고 안 변하고는 결단코 본인의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하면 세상살이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 있기는 있는 것일까 궁금합니다. 변하지 않는다면 생명의 시작도 없을 것이고 생장이나 성숙 그 또한 없었을 테니까요. 변하되 변하지 않는 무엇인가를 찾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도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타지마할이 누렇게 변색된다 해도 한결같은 마음을 지니고 있는 그런 작심(作心)을 잃지 않았다면 여전히 아름다울 것입니다. 처음 지은 마음 그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면 작심삼일인들 대수로울 것 없습니다. 삼일에 한 번씩 작심하면 나날이 새로워질 테니까요.

새해를 맞이합니다. 새로운 마음을 새롭게 갖는 삼일(三日)이 삼백이십번 되풀이 되는 한해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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