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아주 작은 소망, 상식의 회복!
새해의 아주 작은 소망, 상식의 회복!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14.12.31 19: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말에… 一筆

2014년에 대한 교수들의 사자성어 순위가 하나같이 부정적이고 어두운 것으로 채워졌다. ①지록위마(指鹿爲馬) ②삭족적리(削足適履) ③지통재심(至痛在心) ④참불인도(慘不忍睹) ⑤사분오열(四分五裂) 등이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부르듯 거짓과 왜곡이 일상화됐고, 발을 깎아 신발에 맞추는 것처럼 원칙과 기본의 상실이 만연했는가 하면, 너무나도 지극한 아픔이 한 해 동안 마음을 떠나지 못했으며, 세상에 이런 참혹한 일들도 없었으니 모든 게 갈라지고 찢어지는 사분오열의 형국이었다는 것이다. 

한데 참으로 안타깝게도 양식(良識)의 종결자 입장에서 지난 한 해를 이렇게 진단한 교수라는 사람들조차도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찼던 시기가 2014년이었다. 명문대 교수들의 제자 성추행으로 상징되는 탈선과 일그러진 갑(甲)질들이 대학에서 그렇듯 기승을 부린 적도 일찍이 없었다.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되는 곳에서까지 상식을 유린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한 것이다. 이러한 비정상의 와중에서 죽어난 건 애먼 국민들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다사다난(多事多難)이 아니라 다사다난(多死多難)의 한 해였다고.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허망하게 죽었다. 물에서는 어린 학생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군에서는 생때같은 아들들이 총에 맞거나 얻어터지면서 세상을 떠났다. 걸그룹에 환호하다가 난데없이 떨어져 죽었는가 하면 골방에선 착하디 착한 세모녀가, 거리에선 우리의 자매와 어머니들이 사이코패스의 난도질에 처참한 죽음으로 내몰렸다. 

어디 사람들만 죽었겠는가. 십상시와 관피아들 때문에 나라의 근본이 죽임을 당했고 가진자들의 힘을 내세운 증오와 횡포, 그리고 안다는 사람들의 설익는 이념놀이에 우리 사회의 정의와 균형이 마지막 숨을 헐떡이고 있다. 

그래서 지난해 유독 우리의 머리를 떠나지 않은 화두는 ‘인간은 절대로 이성적이지 못하다’는, 어찌 보면 오랜 역사의 딜레마다. 어떻게 인간들이 그런 일을 저지를 수 있으며 또 어떻게 인간들이 그러한 일을 받아들이고 이에 순종할 수 있는 지가 궁금해지는 것이다.

인간 본질에 대한 회의는 수백년전 칸트가 평생 집착했다는 인간의 이성을 지난해 단 1년 동안의 사건들이 근본적으로 무색케 함으로써 우리들에겐 더욱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인간의 이성으로써 과연 무엇을 알 수 있는가(순수이성비판)를 고민하기 전에 이성 자체가 없는 것 같은 착각에 1년 내내 혼란스러웠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실천이성비판)를 따지기 전에 이성의 한계부터 느껴야 했으며, 무엇을 희망할 수 있는가(판단력비판)를 타진하기 전에 이성의 무위(無爲) 내지 무력감만을 뼈저리게 체험했던 지난 1년이었다. 

논리와 이성이라는 것들도 종국엔 특정 세력의 편견과 아집을 위장하는데 악용됐을 뿐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인간은 결코 이성적이지 못하고 오히려 감성에 휘둘린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됐다. 

갖은 노력의 산물인 진보의 어떠한 논리도 종북과 이념을 들이대는 보수의 감성전략 단 한방에 나가 떨어지기 일쑤였고, 지도자가 보이는 감성의 눈물은 모든 논리의 실체와 진실을 일거에 덮어버렸다. 이것이 지난 1년을 관통한 대한민국의 트렌드였다면 부인하지 않겠다. 

하지만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결국 삶에 있어 가장 기본이라는 이성을 향한 ‘상식’을 회복할 수밖에 없고 2015년 새해를 맞아 우리에게 떨어진 가장 큰 과제는 바로 이것이다. 마치 수학여행을 떠난 25명의 어린 소년들을 태운 비행기가 무인도에 불시착하면서 시작되는 지옥같은 아수라장, 처음엔 생존을 위해 서로 죽이고 죽는 동물적 본능의 길을 택하다가도 끝내는 다시 상식 회복의 인간세상을 만난다는 소설 속의 파리대왕(Lord of the flies)들처럼 말이다. 

상식적인 생각, 상식적인 국가운영, 상식적인 사회, 상식적인 학교와 직장 … 아주 당연한 것들이지만 우리는 그동안 이에 너무 목말라했다. 

그러나 끝내 숨길 수 없는 진실은 ‘사회의 결함은 인간의 결함에서 기인한다는 것’. 결국 깨어 있는 시민의식만이 진정한 상식이 아니겠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