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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0.2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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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벌어지는 한·미간의 한판싸움
김 병 철 <논설위원>

자급자족의 경제구조를 벗어나 국가간 무역을 태동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론은 영국의 경제학자 리카도가 완성한 '비교우위설'이다. 각 나라는 상대적으로 더 유리한 산업에 집중(특화)하고, 이를 가지고 상대방과 무역을 하면 양국 모두 이득을 본다는 이론이다.

그러나 비교우위론은 현재 국가간 무역에 100% 적용되지 않는 구식이론이 되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보완하는 새로운 이론이 바로 '신무역이론'이다. 비교우위와 상관없이 무역이 발생할 수 있고 모두 이득을 볼 수 있다는 논리이다. 즉, 기술수준과 그 격차가 국가간의 무역을 발생시키는 중요한 결정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 위에서 최근 자유무역협정(FTA Free Trade Agreement)을 중심으로 한 지역주의(Regionalism)가 가속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세계무역 현실이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세계적인 FTA 확산추세에 대응하여 안정적인 해외시장을 확보하고 개방을 통해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동시다발적으로 FTA를 추진한 결과, 칠레(04.4.1발효), 싱가포르(06.3.2발효), EFTA(06.9.1발효 예정) 6개국과 FTA 체결을 완료하고, 미국, ASEAN, 캐나다, 멕시코, 인도 등 14개국과 협상을 진행 중에 있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사이에 진행되는 한·미FTA 협상에서는 왜 이렇게 전 국민적 저항을 거세게 받고 있는지 도대체 알 수 없는 일이다.

정부 측에서 제공하는 '한·미FTA 왜 해야하나'라는 홍보자료를 보면, 대내적 요건으로 정보화의 진전에 따른 글로벌화는 사회경제시스템 전반에 혁신이 필요하고 저출산 고령화사회에 따른 장기적인 지속발전 가능성에 대한 우려때문이라고 한다.

또 대외적 여건으로 우리나라는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이며, 무역의존도가 70%나 되는 경제적 구조를 갖기 때문이란다. 만약, 한·미간의 FTA를 외면할 경우 현상유지가 아니라 손실과 고립을 초래하고,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후발국들에게 맹추격을 허용한다는 논리다. 결국 한·미간의 FTA는 양국에 서로 이익이 되는 Win-Win 전략이라는 것이다.

한·미간 FTA협상문제는 정부측과 관련부문 국민들 사이에는 전혀 다른 생각들로 가득 차 있으며, 극과 극의 대치를 보여주고 있다. 23일부터 오는 27일까지 제주에서 열리는 한·미FTA 4차 협상은 한·미간의 싸움보다는 중문단지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한·미 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원정시위대 3000여명과 경찰 1만명의 싸움장으로 변하여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측의 설명대로라면 축제 분위기속에서 차분하게 협상이 진행되어 양국간의 윈-윈 전략으로 남아져야 하는데 보수측에서는 한·미동맹강화라며 외쳐대고, 진보측인 범국본측에서는 민중의 생존권을 파괴하는 신자유주의의 굴욕이라고 몰아친다.

문제는 미국의 협상안은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한국의 모든 경제영역을 민간부문만 아니라 공공부문까지 자신들의 요구대로 100% 개방하라는 백기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한·미간 FTA를 체결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내부적으로 국제적 경쟁력을 기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무한경쟁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질 때까지 천천히 진행하자는 것이다.

즉 한·미 FTA협상은 속도를 늦추는 대신 지역적인 무역경제 체계를 포함하는 지역경제를 구상하고 국가 간 무역결제 방식에 대한 논의를 다각적으로 벌여나가는 것이 국민경제의 안정과 미래의 발전 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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