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197>
궁보무사 <197>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0.2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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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상얘기가 있지 않고서야 처남이 감히 나서겠는가"
3.피는 피로 갚는다.

"잘하셨습니다. 제가 만일 그런 입장이 되었더라도 두릉님과 똑같이 하였을 것입니다."

심복 학소가 조금 전까지 쭉 지켜보았던 두릉의 행동을 보고 약간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참 이상하구만. 평소 게으르고 몸을 사리기 좋아하는 우리 처남이 웬일로 이런 일에 적극 나서는지"

두릉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학소를 쳐다보았다.

"아직도 모르셨습니까 오근장 성주님께서 말씀하신 포상 얘기 말입니다."

"뭐 포상 방금 포상이라고 말했는가"

두릉이 걸음을 문득 멈춰서며 그에게 확인하려는 듯 다시 물었다.

"그렇습니다. 오근장 성주님께서는 오늘 아침 자리에서 일어나실 때 평소와는 아주 달리 두 다리 사이가 허전한 것이 발딱거리는 맛을 전혀 느낄 수 없게 되자 화가 크게 나셨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성주님께서는 이번 일을 자기 대신 복수해주는 자에게 커다란 포상을 내리시겠다고 오늘 아침 일찍 말씀하셨답니다. 그 포상이란 지금 성주님을 보필해 드리는 미녀들 중 절반을 딱 떼어내 준다는 것입지요."

"아! 맞아! 그럴 것이야. 그런 달짝지근한 포상 얘기가 있지 않고서야 어찌 우리 처남 같이 용렬한 자가 그런 일을 하겠다며 감히 나서겠는가."

두릉은 학소의 말을 듣고 이제야 궁금했던 점이 확 풀리는 듯 시원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면서도 두릉은 오근장 성주의 성주답지 못한 행위가 맘에 영 안 들었다.

오근장 성주는 오창 평야의 기름진 농토에서 나오는 양곡을 해마다 팔아 천하일색이라 일컬어도 과히 손색이 없는 수준급 미녀들을 사들이곤 하여 이제 그 숫자가 거의 일백 여명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성주의 그것이 한벌성 부용아씨가 보낸 자에 의해 거의 무용지물로 되어버려 앞으로 써먹을 수도 없을 터인데, 그 많은 미녀들을 왜 절반씩이나 남겨두려는 걸까 기왕에 선심 쓰는 것이라면 몽땅 다 포상으로 내놓던가 할 것이지.

가만있자. 미녀들을 절반쯤 놔둔다는 것은 오근장 성주가 그래도 그것 치료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는 뜻이 아닌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던 두릉은 갑자기 뭐에 놀란 양 걸음을 딱 멈추고 이렇게 외쳤다.

"아니, 저게 웬일인가"

"뭘 말씀이옵니까 어어"

학소는 두릉이 손가락으로 가리켜 준 곳을 무심코 쳐다보다가 자기도 놀란 양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오근장 성주 처소 안으로 들어가는 대문에서 조금 떨어진 곳!

그곳에는 적당한 크기의 돼지 몇 마리를 밧줄로 꽁꽁 묶어서 지게에 짊어지고 지금 막 성주 처소 안으로 들어가려하는 일단의 병사들이 있었다.

지게 위에 실린 돼지들은 사족이 모두 결박당해 있었는데 몹시 괴로운 듯 꿀꿀거리며 요동을 쳐대고 있었다.

"무슨 짓들이냐 여기가 어딘데 감히 살아있는 돼지들을 짊어지고 들어가려하다니!"

학소가 얼른 쫓아가서 그 병사들을 크게 꾸짖었다.

"저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저희들은 이 돼지들을 깨끗이 목욕시킬 것이옵니다."

돼지를 지게에 짊어지고 있는 병사들 중 어느 누가 대답했다.

"뭐라고 대체 네놈들은 어느 누구의 명령을 받고 이 따위 짓을 하는 거냐"

학소가 발끈 성을 내며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성주님의 명령이옵니다."

"뭐 뭐라고 성, 성주님께서"

"그렇사옵니다. 적당한 크기의 암퇘지들을 한두 마리씩 깨끗이 씻겨가지고 매 식사 때마다 처소 안으로 가져오라는 성주님의 명령을 저희들이 받았사옵니다."

그 병사는 팔결성에서 제일 높은 오근장 성주의 명령을 받고 직접 행하는 일이라서 그러는지 목을 빳빳이 세운 채 아주 당당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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