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가 주는 교훈
오스카가 주는 교훈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4.12.22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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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부국장<천안>

미국의 한 보험사가 자사 고객이 매일 일정량의 걸음을 걸으면 용돈을 지급하기로 해 화제다.

뉴욕주가 거점인 오스카 헬스케어 보험사(Oscar Healthcare Insurance)는 최근 헬스케어단말기 제조사인 미스핏(Misfit)과 손잡고 생체 정보를 건강 보험과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고객이 건강하게 걸어만 주면 용돈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보험회사가 고객에게 주는 용돈이니 사실상 보험료를 깎아주는 시스템이다.

오스카는 내년 1월부터 이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고객에게 팔찌형 만보계를 무상으로 지급한 뒤 매일 걸음 수를 체크해 목표를 달성하면 1달러를 준다. 이후 20회 목표를 달성하면 20달러에 상당하는 아마존(인터넷쇼핑몰) 기프트 카드를 선물한다. 

고객 1명이 이 걷기 운동 프로그램을 모두 소화하면 연간 최대 240불, 우리나라 돈으로 28만원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오스카가 이 프로그램을 도입한 이유는 다름 아닌 돈을 더 벌기 위해서다. 고객의 건강 악화로 인해 지급되는 보험금을 절감해 회사의 수익을 더 늘릴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에는 이미 고객 1만7000여명이 참여를 결정했다. 

회사 설립자인 마리오 슐로서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큰 문제가 되는 비만이나 요통, 정신질환 등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의사가 더 많이 걸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며 “우리가 지급하는 무료 건강 추적 단말기와 약간의 인센티브(용돈)가 장기적으로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뒤집어 말하면 고객의 건강 회복이 보험금 지급 손실을 방지해 회사가 이익을 볼 것이라는 설명이다.

뉴욕 언론들은 이 회사의 기발한 발상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대다수 언론이 “오스카는 작은 회사지만 이 새로운 계획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반드시 유의미할 것”이라며 “습득한 데이터로 향후 고객에게 더 나은 무엇을 제공할 지도 기대된다”고 박수를 쳤다.

뉴욕의 지구 반대편 한국은 요즘 담배 사재기로 난리법석이다. 2500원에 파는 담배가 8일 후인 1월1일부터 4500원으로 오르니 지금 담배를 2500만원어치 사놓으면 열흘도 안돼 2000만원을 벌 수 있다. 

이번 천재일우의 기회에 담배 사재기를 해서 떼돈을 벌겠다는 사람들, 담뱃값을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담배 구매 원정도 불사하고 있는 애연가들. 담뱃값을 인상해 국민 건강을 증진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벌써 퇴색되고 말았다.

정부와 국내 보험사들에 오스카가 주는 교훈은 한가지다. 국민과 고객의 건강을 챙겨주는 일을 하는 게 국가와 회사 재정을 살찌울 수 있다는 점이다.

국민 건강을 핑계로 적정수준-흡연률을 유지할 수 있는-의 담뱃값을 올려 세수만 늘리게 된 정부. 갖은 방법을 동원해 ‘웬만하면’ 보험료를 지급하지 않으려는 보험사들. 

차제에 보험사들에 오스카의 정책과 유사한 ‘금연 용돈 지급 프로그램’을 권하고 싶다. 

암보험이나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고객이 담배를 끊으면 보험료를 깎아주는 것이다. 폐암이나 심질환계 환자가 줄면 그만큼 보험금 손실을 막을 수 있다. 

정부가 ‘애처로울 정도로’ 욕을 먹어가며 금연운동을 하고 있는데 그 정도 동참은 해줘야 하지 않겠나. 나중에 훈장도 받을 수 있다. 보험사의 수익이 늘어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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