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둘, 진리는 시끄럽지 않으니
여든둘, 진리는 시끄럽지 않으니
  • 김태종 <삶터교회목사·생태교육연구소 터 소장>
  • 승인 2014.12.18 18: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태종의 함께 읽는 도덕경-땅에서 듣는 하늘의 노래

김태종 <삶터교회목사·생태교육연구소 터 소장>
 

信言(신언)은 不美(불미)하고 美言(미언)은 不信(불신)하며 善者(선자)는 不辯(불변)이요 辯者(변자)는 不善(불선)이며 知者(지자)는 不博(불박)하고 博者(박자)는 不知(부지)니라.

聖人(성인)은 不積(불적)하니 旣以爲人(기이위인)으로 己愈有(기유유)하고 旣以與人(기이여인)으로 己愈多(기유다)하느니라.

天之道(천지도)는 利而不害(이이불해)하고 聖人之道(성인지도)는 爲而不爭(위이부쟁)이니라.

- 미더운 말은 곱지 않고 달콤한 말은 미덥지 않으며 제대로 사는 이는 말이 많지 않고 말이 많지 않은 이 치고 제대로 사는 이 없으며 제대로 아는 이는 어수선한 지식을 늘어놓지 않고 어수선한 지식을 늘어놓는 이 치고 제대로 아는 이는 없다./ 제대로 사는 이는 쌓으려 하지 않으니 남을 위해 무엇인가 함으로 자신이 더 많이 갖게 되고, 남과 더불어 살아 자신은 자신이 더욱 많아진다./ 하늘의 일은 이롭게 하나 부작용이 없고, 제대로 사는 이의 일은 무엇인가를 함에 있어 다툼이 없는 법이다.

= 비슷한 가르침이 이미 앞에도 있었습니다만 아무튼 미더운 말은 곱지 않으며, 귀에 부드러운 말은 믿을 수 없다는 말로 시작되는 이 가르침의 앞 부분을 한 마디로 말한다면 ‘진리는 시끄럽거나 요란하지 않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주로 시끄럽고 요란한 것은 자신이 무엇인지 파악을 제대로 못 했을 때이거나 아니면 남을 혼란에 빠뜨려 제 이익을 챙기려는 수작일 터인데 예전의 장날에 흔히 볼 수 있었던 만병통치의 약을 판다는 약장수의 현란한 말재주나 아니면 저자거리의 술 취한 사람들의 떠드는 모습이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는 그런 약장수는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옛날의 향수를 자극하여 노인들을 꼬드겨 말도 안 되는 물건들을 팔아먹는 협잡꾼들이 더러 몰려다니기도 하고, 그럴싸한 말로 사람을 현혹하여 천박한 제 잇속을 챙기는 종교꾼들의 모습에서 그런 것들을 보기도 합니다.

제대로 사는 이는 실천이 배경이 되지 않는 말은 하지 않더라는 것, 실천이 배경에 있으면 굳이 말을 할 필요도 없지만 굳이 말을 할 때에는 그 말이 간결하다는 것, 때로 그 말은 투박하게 들리기도 하더라는 것이 옛 늙은이의 잔잔한 이야기입니다.

하늘의 일이나 제대로 사는 이의 삶은 그래서 간결하지만 부작용이 없다는 것, 마치 투박한 껍질에 싸인 소중한 속씨와 닮아 있다는 것이 마지막 줄의 내용이라고 보면 틀림없을 것입니다. 구린내 나는 걷껍질에 싸인 은행 알이나 거친 밤송이 안에 있는 알밤이 떠오르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요즘 나는 아름다움이라는 것에 대해 참으로 많이 생각합니다. 보면 볼수록 이 땅 위에 아름답지 않은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우리 앞에 펼쳐져 있는 세상의 모습입니다. 그런데도 아름답다 할 수 없는 것이 한 가지 있으니 그것은 다름아닌 무엇인가를 못 생겼다, 밉다 하는 사람의 눈빛이 바로 그것이라는 것이 또한 내 생각입니다.

아름다운 세상을 황홀하게 살다 가는 길, 오늘도 나는 옛 늙은이에게 그 이야기를 듣습니다. 도덕경의 곳곳에는 그런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그 아름다움의 현상은 때로 거칠어보이기도 하고, 때로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진실은 결코 포장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바로 옛 늙은이의 가르침인 까닭입니다. 

-날마다 좋은 날!!! - 풀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