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196>
궁보무사 <196>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0.23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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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형! 이런일을 잘 해낼 만한 인재를 확보했다구요"
2. 피는 피로 갚는다

"그렇다면, 네가 그 막중한 일을 맡아서 해 낼 수 있다는 말이냐"

두릉이 무척 미심쩍어하는 표정으로 처남 정북을 빤히 쳐다보며 다시 물었다.

"그렇사옵니다. 만약에 이번 일을 제가 나서서 성공시킨다면 저는 성주님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얻는 것은 물론 두둑한 포상을 받게 될 것이 아니옵니까"

정북이 다시 한 번 더 자신에 찬 목소리로 말하며 매형 두릉의 표정을 조심스럽게 살폈다.

"음, 으음."

두릉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물끄러미 허공을 쳐다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처남 정북의 얼굴에 시선을 다시 꽂았다. 정북은 그의 눈빛이 조금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는지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했다.

"솔직히 말해 보아라. 네가 지금 말한 그 의견이 너 스스로 생각해 낸 것이냐 아니면 너와 신임하는 부하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가며 상의해서 만들어 낸 것이냐"

두릉은 천천히 그러나 낮고 묵직한 목소리로 처남 정북에게 물었다.

"저 혼자 생각해 낸 것은 절대로 아니옵니다. 제가 신임하는 부하들과 더불어 한참 의논한 끝에 어렵게 내린 의견이옵지요."

"그러면 만에 하나 이것이 실패를 했을 경우 너는 어떠한 대비책을 마련해 두었느냐"

"저는 이것이 실패를 한다는 걸 아예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틀림없이 성공할 자신이 있으니까요."

"그럼, 너와 부하들이 모여서 이것을 상의할 때 혹시 이를 반대하는 자가 있었느냐 만일 반대하는 자가 있었다면 그자는 무슨 이유를 들어 반대를 하였더냐"

"다행히 반대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뭐라고"

"제가 꺼낸 말에 모두 찬성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을 나누었지요. 이렇게 의견의 일치를 보았으니, 이제 저희들은 성주님으로부터 허락을 받고 준비해둔 칼을 과감히 뽑기만 하면 됩니다."

정북이 여전히 자신에 가득 찬 목소리로 두릉에게 대답했다.

"허허! 이런."

두릉은 심히 못마땅한 듯 고개를 잠시 흔들어보다가 자기 처남을 이렇게 꾸짖어 주었다.

"부하들 가운데 네 의견에 반대를 표하는 자가 단 한 사람도 없었다는 것은 평소 네가 모든 걸 네 멋대로 결정하여 처리했다는 것을 뜻한다. 사람의 얼굴 모양이 제각각 서로 다르고 뜻이 모두 다를진대 어찌 네 생각에 반대하는 자가 하나도 없을 수 있느냐 잘 들어라. 이런 일은 네가 맡기에 너무나 과중한 것이니 일찌감치 포기하도록 하라. 알았느냐"

"하, 하지만 매형! 원래 노름을 하게 되더라도 판돈을 크게 걸어야 부가 있는 것이지 푼돈만 따먹으려다가는 결국 망하는 꼴이 되지 않겠습니까 제발 매형께서는 그 일을 따오셔서 이 처남에게 맡겨봐 주십시오. 매형은 물론 팔결성 사람들과 성주님께서 아주 깜짝 놀랄 정도로 제가 멋들어지게 해결해 놓을 것이오니."

처남 정북이 몹시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글쎄 너는 안 된다. 나중에 땅을 치며 크게 후회할 일을 사서 만들지 마라. 잠자코 있는 것이 너와 집안 평화, 그리고 너를 믿고 따르는 자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일이니라."

"매형! 하, 하지만 이번 기회가 너무나 좋습니다. 이런 일을 썩 잘해낼 만한 인재를 제가 이미 확보해 두었다고요."

정북은 두릉에게 황급히 다시 외쳤다. 그러나 완강히 거부하며 떠나는 두릉의 발길을 억지로 돌릴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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