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성의 신화속의 날씨 <40>
반기성의 신화속의 날씨 <40>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0.20 10: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카로스의 비극
태양을 향한 교만한 날갯짓 이카로스의 추락

"쌍엽 비행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면 점점 추워지다 산소 부족을 느낌과 동시에 행복해집니다. 8km까지 상승하면 머리가 멍해지면서 고통도 추위도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계속 상승하다가 결국 손을…,, 그 다음에는 머리를 떨어트립니다. 삶의 종말인지조차 의식하지 못한 채 말입니다"(줄리안 반즈의 '태양을 바라보며' 중)

새의 깃털로 만든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난 사람이 있다. 최초로 하늘을 날았던 이카로스는 교만으로 인해 스스로 파멸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리스 신화에서 '명장(名匠)'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다이달로스는 대장간 신(헤파이스토스)의 자손으로, 아테네 여신에게서 기술을 전수받았다. 공예의 명인으로 존경받았던 그는 도끼와 송곳, 자(尺)와 같은 많은 연장을 발명했다. 그가 만든 조각상은 마치 살아서 움직이는 것 같았다고 한다. 조카를 제자로 삼았으나, 그의 뛰어난 솜씨를 시기하여 죽인 죄로 사형을 선고받고 크레타 섬으로 도망쳤다. 크레타 섬에서 그는 미노스왕의 인정을 받아 미궁(迷宮)을 만들었다. 왕비가 흰 소(牛)와 정을 통해 낳은 괴물을 가두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공주를 도우려다 왕의 분노를 사 아들 이카로스와 함께 미궁에 갇히게 되었다. 자신이 만든 미궁에 갇혀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다이달로스의 신세는 비참하고 한스럽기 만했다. 탈출구를 찾기도 쉽지 않았다. 미궁의 대부분은 지붕으로 덮여 있어 미로는 몹시 어두웠지만, 유일하게 바다 쪽 절벽 위의 첨탑에는 지붕이 없었다. 밖이 절벽이라 새가 아닌 이상 바다위를 날아 도망칠 방법은 없었다.

"아니다, 방법이 있다. 땅이나 바다로는 불가능해도 하늘로는 탈출할 수 있다. 아테네 신전에 있는 승리의 여신 '나이키'의 어깨에 달린 날개만 있다면 나는 탈출할 수 있다."

그는 미궁에서 죽은 사람들의 시체를 먹기 위해 날아온 새들의 깃털을 모으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깃털이 모이자 공예의 명인답게 뛰어난 손재간으로 날개를 만들기 시작했다. 작은 깃에서 시작하여 점차 큰 깃을 붙여나갔다. 큰 깃은 옷에서 뽑아낸 실로 하나 하나씩 단단히 붙잡아 매고, 작은 깃은 미궁의 천장에서 긁어 낸 초(밀랍, 蜜蠟)로 붙였다. 날개가 다 만들어지자 다이달로스는 날개를 짊어지고 첨탑으로 올라가 아들 이카로스에게 말했다.

"사랑하는 아들아, 저기 바다위의 갈매기를 잘 보아라. 날개를 움직이지 않는데도 첨탑 쪽으로 날아오고 있지 않느냐, 바로 하늘의 바람을 이용해 나는 거란다. 하늘에는 바람의 길이 있는데, 남풍을 타면 우리는 곧장 북쪽으로 날아 갈 수 있다. 네가 주의해야 할 것은 적당한 높이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 높이 날면 신들의 제왕 제우스의 눈에 띄게 되고, 그렇다고 너무 낮게 날면 바닷물에 깃털이 젖게 된단다."

다이달로스는 아들의 뺨에 입맞춤을 해준 다음 첨탑에서 밀어냈다. 아들의 몸이 아래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둥실 떠오르자, 다이달로스도 뒤따라 첨탑에서 뛰어 내렸다. 출발은 늦었지만 재간 좋은 다이달로스는 이내 아들을 앞서서 날았다. 다이달로스는 이따금씩 뒤를 돌아보며 아들의 비행에 조언을 해주었다. 하늘을 날기 시작한지 얼마나 되었을까, 이카로스는 슬슬 자만에 빠지기 시작했다.

"누가 이렇게 하늘을 날 수 있겠는가, 내가 제우스보다 더 낫지 않은가"

이카로스는 왼쪽으로는 헬라스 반도, 오른쪽으로는 소아시아의 라트모스 산이 내려다보이는 곳까지 날아올랐다. 그러나 남풍이 끝나는 곳에 이르자 상승하는 속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태양에 너무 가까이 다가갔기 때문일까, 밀랍이 녹으면서 깃털도 빠지기 시작했다. 두 팔을 허우적거리며 날아오르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카로스의 날개에는 깃털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결국 이카로스는 에게해(海)에 떨어져 죽고 말았다.

잠언에서 이르기를 '교만은 파멸의 앞잡이고, 거만한 마음은 망하는 지름길'(잠 1618) 이라고 했다. 잠언의 말씀처럼 하늘을 날게 된 이카로스의 교만이 자신을 죽였다. 밀러 교수도 저서 '이카로스의 역설'에서 능력이 뛰어나면 교만해져 오히려 위험하다고 이카로스의 역설로 비유했다. 신화에서나 현실에서나 교만은 망하거나 패하고, 죽는 지름길이다.

여기에서 한 가지 확인하고 싶은 것은 과연 하늘높이 날아올라 태양과 가까워지면 신화에서처럼 밀랍이 녹을까, 하는 것이다. 이카로스가 어느 정도 높이까지 날아올랐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사람이 숨을 쉴 수 있는 대류권 이하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영국의 기상학자 글레이셔가 기구를 타고 8.7km까지 올라갔다가 정신을 잃었다고 하니, 이카로스가 아무리 높이 올라갔어도 8km 이상은 아니었을 것이다. 8km 정도까지 올라갔다 하더라도 지구와 태양의 거리인 1억 5000만km에 비하면 미미한 정도의 높이라고 할 수 있다. 대류권은 고도가 높아질수록 지구 복사에너지가 줄어들어 온도가 낮아진다. 8km 고도의 온도는 영하 35 정도가 된다. 기상학적으로 볼 때 이카로스의 날개 밀랍이 태양과 너무 가까워서 녹았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교만한 인간은 반드시 파멸한다는 교훈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면 좋을 듯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