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자랑 '직지'
대한민국의 자랑 '직지'
  • 문종극 기자
  • 승인 2006.10.2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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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사적 견지에서 본 직지 … ⑥ 직지의 서체미-서체의 미의식
"인간미 담은 우리고유 순박한 미의식 잠재"

결구의 다양성은 서예사 예술·핵심적 필법

"中 서체 영향하에서도 자주적 미의식 간직"

김영소 서예협 충북지회장은 자신의 석사논문을 통해 직지 서체의 미의식에 대해 언급하면서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인간미를 가장 으뜸으로 생각해 왔으며, 그 인간미 속에는 자연을 사랑하고 가무를 즐기며 순박함 속에 이웃을 사랑하고 아껴주며 인정 넘치는 정신을 승계해온 것이다. 미학적인 감각 또한 자연과의 조화속에서 찾고자 했으며, 자연스러움을 소중하게 다루어 왔다. 높은 곳이 있으면 낮은 곳이 있고, 큰 것이 있으면 작은 것이 있고, 긴 것이 있으면 짧은 것이 있듯 중복성을 피하면서 자연스러움을 중시했다. 그림 속에서도 선과 여백을 가지고 시냇물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듯 자연의 미를 중시했으며, 기교에 의한 수려함보다는 무작위의 자연스러움을 미적 가치로 여겨온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회장은 직지에서 발견한 서예학적인 가치는 기계적인 활자 자형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인간미를 느끼게 하고, 다양한 필획의 변화와 쓸 때마다 달라지는 결구의 다양성은 서예사에서 꾸준하게 추구해 온 예술적이며 핵심적인 필법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관점에서 직지 서체는 서예사적인 측면에서 볼 때 많은 가치를 부여해주고 있으며, 그 속에 예술성이 담겨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덧붙이면서 분석을 했다.

첫째, 같은 판형에서도 같은 글자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동형의 반복이 없는것은 예로부터 명필들이 갖추어야 할 필수 요건인 것이다.

왕희지(321-379)는 '서론(書論)'에서 비정형의 결구법의 중요성에 대해 "매 한글자를 쓸때마다 다양한 서체가 모두 들어가게 해야한다. 만약 한 점의 서예를 쓸 때에는 반드시 글자마다 의미가 달라야 하며 서로 같게 쓰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왕희지는 인쇄물과 같이 가지런하고 변화가 없는 글씨는 서예가 아니라고 보았다. 서예에서의 필법은 쓸 때마다 변화가 있어야하고 같은 획과 글자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림과 음악에서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둘째, 옆줄을 맞추지 않는 것이다. 서예사적으로 작금을 통하여 해서체에서의 이러한 장법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직지의 이러한 장법은 예술성을 높이 평가해야 할 것이다.

왕희지 또한 '題衛夫人筆陣圖後'에서 "만일 획의 배열이 비슷한 것이 산(算) 가지 같고, 상하가 방정하고 전후가 가지런하다면 이것은 서(書)라고 할 수 없고, 단지 점획만을 얻은 것 일뿐이다"라고 한 것은 이를 뒷받침 해주고 있다.

셋째, 글자의 크기가 일률적이지 않은 것이다. 특히 해서에서의 글자의 크기는 같아야 된다는 통념을 깨고 대·소에 연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직지가 못쓴 글씨라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서예의 미학적인 측면에서 볼 적에는 그 시대의 활자 인쇄로서 이러한 장법을 사용하였다는 것은 파격적이라 할 수 있다.

넷째, 기(奇), 정(正)의 변화가 많다. 청(淸)의 유희재(劉熙載 1813-1881)의 서론(書論)에서 보면, 정(正)과 기(奇)의 조화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의 '서개(書槪)'를 보면 "옛사람이 말하길 서예의 형체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일정한 형체를 부여한다고 하였으니, 앉은 것 같고 선 것 같고, 나는 것 같고, 움직이는 것 같고, 가는 것 같고, 오는 것 같고, 누운 것 같고 일어서는 것 같고, 근심스러운 것 같고 기쁜 것 같다"고 밝히고 있다.

직지에는 종, 횡의 기정(奇正)의 변화가 매우 심하게 나타나는데 이것은 글씨의 생명력을 느끼게 하는 중요한 요인들이다.

직지에서의 정(正)과 기(奇)의 의미는 자형에서의 다양성을 들 수 있고, 서예의 법도에 어긋나지 않으면서 어긋난 듯 하고, 진가의 운(韻)과 당해의 법이 있는 듯 하면서도 어리숙함이 함축되어 있는 것은 차원 높은 중화의 미를 갖췄다고 할 수 있다.

김 회장은 "직지의 서체속에는 오랫동안 청주지역에서 이어져온 우리 민족 고유의 순박한 미의식이 잠재돼 있다"면서 "이것은 중국 서체의 영향하에서도 자주적 미의식을 간직하여왔음을 말해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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