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190>
궁보무사 <190>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0.20 10: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무슨수를 써서라도 그자를 감방에서 꺼내거라"
1. 피는 피로 갚는다



다음날 아침,

오근장 성주의 병문안을 가고자 심복들과 함께 집 대문을 막 나서려던 장수 두릉은 갑자기 눈살을 크게 찌푸렸다. 저 멀리 골목길에서 웬 여자가 하얀 옷을 입고 머리는 봉두난발을 한 채 땅바닥에 주저앉아 몸부림치고 있는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저 여자가 왜 저러는가"

두릉이 옆에 있던 참모 학소에게 물었다.



"아마도 머리가 확 돌아버린 미친 여자 같습니다. 보기에 안 좋으니 멀리 쫓아내라고 해야겠습니다."



학소가 이렇게 말을 하며 옆에 있는 말단 병사에게 뭔가 지시를 내리려고 할 때에 두릉이 갑자기 그를 제지하며 다시 물었다.



"가만! 지금 저 여자가 입에 뭘 물고 있지 않느냐"



"그러네요. 하얀 헝겊을 입에 물고 있습니다."

"아 참!"



장수 두릉은 그제야 뭔가 생각이 난 듯 자기 머리를 한 손으로 탁탁 쳐댔다.



바로 지지난 밤, 두릉이 본의 아니게 지하 감방 안으로 끌려들어 갔을 때 타는 듯 한 목마름으로 고생하던 자기 입 안에 시원한 물을 몰래 부어넣어 주었던 여인!

그때 두릉은 얼마나 시원하고 달콤하게 물을 마셨던가.

그 여인은 억울하게 지하 감방에 갇힌 자기 남편을 제발 구해달라며 두릉에게 통사정을 했었지 말단 병사였던 그녀의 남편이 두릉의 처남 정북과 우연히 겨룬 무술 시합에서 표시나게 이겨버린 죄로 미움을 받았다고. 두릉은 학소에게 다시 말하였다.

"저 여인에게 가서 내 말을 전하라. 얼른 집으로 돌아가서 오늘밤 자네 남편을 맞이할 이부자리나 깨끗이 준비해 놓으라고."

학소가 다가가서 두릉의 말을 그대로 전하자 여인은 기쁜 듯 장수 두릉을 향해 큰절을 넙죽 올렸다. 그리고는 허둥지둥 서둘러 여인은 어디론가 가버렸다.

장수 두릉은 즉시 말머리를 돌려 소규모 부대의 장(將)인 처남 정북을 먼저 찾아갔다.

반갑게 맞이하는 처남 정북에게 두릉은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꺼냈다.

"내 듣자하니 너보다 무예가 조금 나은 자가 이상한 모함을 받아 지금 어두운 지하 감방에 갇혀있다더라. 물론 너도 잘 알고 있겠지"

정북은 매형 두릉의 정곡을 찌르는 듯 한 물음에 잠시 머쓱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자고로 눈에 번쩍 뜨일 만큼 훌륭한 무예 솜씨를 지닌 자는 우리가 쉽게 구하거나 만나보기 어려운 법! 너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자를 지하 감방에서 꺼내어 네 심복으로 거둔 후 내일 아침 그와 함께 나를 찾아오너라."



"매형! 그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북은 정중히 머리 숙여 두릉에게 대답했다.

두릉이 용건을 마치고 자리를 막 뜨려할 때에 정북이 얼른 다가와 조용한 말로 아뢰었다."매형! 지금 오근장 성주님을 만나 뵈러 가시는 길 아닙니까"

"그런데"

"제가 생각하건대, 몸을 다치신 성주님께서는 한벌성 부용아씨가 이번 일을 꾸미고 획책했던 걸 알아낸 이상 가만있지 않으실 것이옵니다. 틀림없이 매형과 장수 외북을 불러 이렇게 각각 물어보시겠지요. 한벌성 안으로 몰래 들어가 부용아씨를 감쪽같이 해치워 버릴 수 있는 자를 천거해 줄 수 있겠느냐고요."



처남 정북의 말에 두릉은 놀란 듯 두 눈을 번쩍 크게 떴다. 정북은 주위를 조심스럽게 한 번 더 살펴보고는 두릉의 귀에 대고 하던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그때 매형께서는 외북 장수가 뭐라고 답변하기에 앞서 그 일을 반드시 먼저 맡겠노라고 성주님께 말씀드려 주십시오. 그 다음 뒷일은 제가 알아서 잘 처리할 것이오니."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