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나 건강도 골든타임이 있다
효도나 건강도 골든타임이 있다
  • 박병찬 <칼럼니스트>
  • 승인 2014.11.25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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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찬의 세상읽기
박병찬 <칼럼니스트>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공통적인 얘기이겠지만, 이른 아침 전화 벨 소리는 늘 불안하다.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염려 때문이다. 고령의 부모님이 홀로 사시고 자식들이 객지에서 직장을 다니는 경우 더욱 그럴 것이다.

얼마 전 이른 아침 핸드 폰 소리가 울렸다. 고향 옥천을 지키며 홀로사시는 어머님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정신이 번쩍 들어 핸드폰을 받았다. ‘새벽부터 어지럽다’는 것이었다. 갑자기 15년 전 상황이 떠올랐다. 어머님께서는 그 당시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구토 증세가 있어 병원으로 옮겼다가 뇌출혈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은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담당 의사의 말 중에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이 있다. 뇌출혈은 초동조치가 중요하다는 말이었다. 최단시간 내에 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런 생각이 번뜩 머릿속에 떠올라 전화를 끊자마자 어머님 이웃에 사는 가까운 인척에게 전화해 119에 신고해서 인근병원으로 옮기라고 부탁한 후 우리 부부도 서둘러 병원을 향했다.

가족이 운전대를 잡았고 나는 차량 이동 간 어머님이 가고 있는 병원 응급실로 전화를 했다. 현재의 증상과 과거 그곳에서 뇌출혈 수술을 받은 전적 등 참고사항을 얘기한 후 도착 즉시 필요한 조치를 잘 해주기를 당부 했다.

병원에 도착해보니 119차량 한대가 응급실 입구에 있었다. 어머님이 타고 온 차량이었다. 당직의사가 어머님께 이런저런 증세를 물어보며 진단을 하고 있었다. 나를 보더니 필요한 검사에 대한 동의를 요구했다. MRI, 심전도 검사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동의했고 검사가 시작됐다.

진단 결과가 나왔다. 담당과장이 MRI 결과 등을 보며 어머님 건강상태를 설명해 줬다. 과거 수술한 흔적 외에 염려할 만한 특이 문제가 없다고 했다. 혈압만 조금 높다고 했다. 다행이었다. 향후 조치에 대한 의사의 소견 등 이런저런 얘기를 계속했다. 혹시 모르니 2~3일 정도 병원에 입원해 상태를 지켜보자고 했다. 그렇게 했다.

입원 후 하루가 지나고 부터 어머님은 어지럼증이 없어졌다고 했다. 의사 소견도 같았다. 혹시 몰라 하루 더 지켜보기로 했다. 다음 날도 특이 문제가 없어 퇴원을 했다. 그냥 시골집에 모시기가 그랬다.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하여 시골집에 가서 이런저런 준비를 한 후 청주로 모시고 왔다. 도시생활이 답답하다며 가기 싫다고 하시는 것을 ‘당분간 몸조리가 필요하다’는 등 적당한 구실을 대가며 모시고 왔다.

어머님과 1주일 동안 동거가 시작됐다. 대화 상대가 되어 주고 함께 식사를 하며 마음 편하게 해드리는 것이 효도라는 생각에 많은 얘기를 들어줬다. 서울에서 직장 다니는 딸까지 주말에 내려오라고 해서 말동무가 되게 했다. 구경삼아 가족들과 인근 이곳저곳 모시고 다니며 외식도 함께 했다. 하루 한번정도는 밖으로 나갔다. 아파트가 답답할 듯해서 그랬다. 한번은 비빔국수가 드시고 싶다고 해서 문의IC 인근 춘천막국수 집에 모시고 갔는데 ‘이런 음식은 처음 먹어 본다‘고 하셨다. 처음인 것이 어디 이것뿐이겠는가 하는 마음에 죄송스럽고 후회스러웠다.

가정·직장·국가의 일 모든 것은 때가 있는 것이다. 올 한해 유행어가 된 ‘골든타임’말이다. 이참에 정말 중요한 것을 잊고 사는 것은 없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 이 순간 해야할 일 말이다. 매사 그렇겠지만 특히 효도나 건강에 있어 우물쭈물하다 골든타임을 놓치고 후회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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